3차례의 암수술로 언어기능을 잃은 80대 부산공고 졸업생이 모교를 위해 1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주인공은 부산공고 22회 졸업생인 정석규(84)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이다. 고교 졸업뒤 태성고무화학을 설립해 재산을 모은 정 이사장은 신양문화재단을 설립한 1998년부터 매년 모교에 장학금 2,000만원을 쾌척해오다 아예 모교만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특정 고교에 장학재단이 설립되는 건 처음이다.
부산공고는 22일 오전 11시 교내 장학재단실과 청운관에서 임혜경부산교육감, 제종모 전 부산시의회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단 창립식을 갖는다. 정 이사장은 장학재단과 별도로 앞으로도 매년 2,000만원의 장학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정 이사장은 후두암 위암 등 세 번의 암수술 후유증으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편지와 문자로만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학교 측의 요청으로 11억 4,000여만원의 사비를 들여 유휴시설인 실습장을 리모델링해 39실에 112명을 수용할 수 있는 4층 규모의 최신식 편의시설을 갖춘 신양생활관(기숙사)을 건립 기증한 바 있다. 이는 전국 최초로 일반인이 학교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해 기부하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자신의 재산을 네 아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고 주로 우수대학 장학사업에 출연하고 있다.
부산공고 측은 "정 이사장의 네 아들은 아버지가 근검절약하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재경 부산공고 총동문회도 그의 숭고한 뜻을 이어 받아 22일 재단창립식과 함께 '못골멘토결연식'을 갖고 재학생 27명과 멘토결연을 통해 장학금 2,7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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