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湖林) 윤장섭(90)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은 개성 출신의 '송상(松商)'이다. 고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고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 고 진홍섭 전 이화여대 교수 등'고고미술계의 3인방'은 윤 이사장의 문화재 사랑에 동행하며 가르친 고향 선후배다.
1971년 5월 '청자상감유로연죽문표형주자'를 시작으로 문화재 수집에 나선 윤 이사장은 1981년 성보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듬해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호림박물관을 열었다. 박물관은 1999년 신림동으로 이전했고, 2009년에는 강남구 신사동에 신사분관도 개관했다. 박물관은 이제 국보 8점, 보물 46점 등 1만5,000여점의 유물을 모았다. 삼성미술관 리움과 간송미술관과 함께 3대 사립박물관으로 컸다.
윤 이사장이 지난 17일 신사분관에서 열린 개관 30주년(20일) 기념 (눌와 발행) 출판기념회 및 전시개막식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문화재를 싸게만 사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론 결코 좋은 문화재를 만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문화재 수집 초창기인 1974년 '백자청화매죽문호'(국보 제222호)를 산 일화를 들었다. "중간 상인이 서울 변두리 집 40채 값인 4,000만원을 불렀지요. 한 푼도 못 깎겠다고 해서 결국 그대로 샀지요." 그는 지금도 간혹 지하철을 타고 다닐 정도로 자린고비이지만 좋은 문화재라면 천리를 마다 않는다.
호림박물관은 고려시대 '백지묵서묘법연화경'(국보 211호) 등 국보 6점과 삼국시대 '금동탄생불'(보물 808호) 등 보물 41점 등 180여점을 선보이는 개관 30주년 특별전을 내년 4월 27일까지 열고 있다.
신사분관은 특별전 '호림, 문화재의 숲을 거닐다'를 열고 있다. 3개 전시실에서 3개 테마로 진행된다. 제1전시실은 '국가가 선정한 국보'로, '분청사기박지연어문편병'(국보 제179호), '분청사기상감모란유문병'(보물 1541호) 등이 전시됐다. 제2전시실에는 '명사가 선택한 명품' 30점이 나왔다. 제3전시실은 '호림이 사랑하는 보물'이란 주제다. 윤 이사장이 가장 아끼는 것은 고려 우왕 3년(1377) 하덕란이 어머니 명복과 아버지 장수를 빌고자 만든 사경(寫經) '백지묵서묘법연화경'(국보 211호). 일본으로 유출됐던 문화재를 우여곡절 끝에 되찾아온 것이다. (02)541-3523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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