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 3차 발사를 준비 중인 조광래(53ㆍ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지금 전화 받을 여유조차 없다. 지난 3일부터 연일 계속되는 발사 운용 리허설을 점검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기 때문이다.
조 단장은 지난 18일 밤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 하늘 문이 열리고 나로호가 540초를 견뎌주는 것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담담하지만 결연한 의지가 수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조 단장은 "매일 발사 운용 리허설을 통해 점검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모두 조립된 나로호는 경찰과 군인이 지키고 있고 완벽한 발사 준비를 위해 24시간 직원들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조 단장은 "이번 나로호 3차 발사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점검에서 부품 전체 평균 신뢰도는 93%였다"며 "성공 확률을 맞추기는 어렵지만 기술적으로는 완벽해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벽하게 준비해도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데 이를 공학에서는 '랜덤 페일러(random failure)'라고 한다"며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마치 어제까지 잘 나오던 TV가 오늘 갑자기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조 단장은 지난 7월 말부터 외나로도에 내려와 연구원 100여명과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외부 출입은 거의 생각도 못해 26일 발사 때까지 면벽수행하는 선승처럼 지내야 하는 신세다. 불교 신자인 그의 카카오톡 닉네임은 '용등만리운(龍騰萬里雲ㆍ용은 멀리 구름 위를 오르네)'. '사바세계를 무대로 한바탕 멋진 연극을 펼쳐보라'고 일갈하던 경봉(鏡峰) 스님의 법문이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발사가 실패한 터라 마음 부담이 없을 리 만무하다. 그는 "처음에는 이까짓 걸 못 버티느냐고 생각했지만 결국 신경정신과에서 공황장애로 진단받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아리랑 3호 위성'책임자와 '천리안 위성'책임자도 나와 같은 병원을 다녔다"고 털어놨다.
나로우주센터 조립동 한쪽에 위치한 조 단장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지성여신(至誠如神ㆍ지극한 정성은 신과 같은 놀라운 힘이 있다)'이라는 의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조 단장은 "나로호는 이번 발사가 마지막 기회이지만 성공ㆍ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바탕으로 얻은 노하우를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숱한 고생을 겪고 나로호 발사를 눈앞에 둔 그에게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는 홀가분한 마음이 엿보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