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379만㎡ 부지에 조성 중인 제주영어교육도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세계 명문 교육기관을 유치해 해외 유학에 따른 외화 유출을 줄이고 교육분야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8년부터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국가 핵심 프로젝트다.
현재 이곳엔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 캠퍼스인 '노스 런던 컬리지어트 스쿨(NLCS) 제주'와 공립 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KIS)', 캐나다 명문 여자 사립학교의 캠퍼스인 '브랭섬 홀 아시아'등 3개 학교가 입주해 있다. 전제 학생 수는 외국인 56명을 포함해 모두 1,387명.
그런데 최근 이들 국제학교 재학생 대부분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거나, 두 명칭이 병기돼 있는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당국은 "본국의 교과과정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영문을 모르는 제주도민들은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왜 동해를 일본해로 가르치느냐"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제주 국제학교의 '일본해' 표기 교과서 사용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19일 제주도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 때였다. 당시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이 "제주지역 국제학교에서 사용하는 사회 교과서에 동해가 일본해로 기술돼 있거나 두 명칭이 병기돼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KIS 5, 6학년 사회교재 2종 중 지도 3곳에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돼 있다. NLCS 제주의 경우도 6~11학년 지리ㆍ역사교재 2종 중 1종은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돼 있으며 1곳은 일본해로 표기돼 있다. 외국 교과과정에 따른 교과서 중 동해만 단독으로 표기된 교과서는 없었다. 현재 KIS는 미국 교과과정을, NLCS 제주는 본국인 영국 교과과정을 따르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도내 일각에선 "우리 역사는 몰라도 영어만 잘 하게 가르치는 게 영어교육도시냐" "앞으로 중국 등 아시아권 유학생들을 대거 유치한다는데 이들에게도 동해를 일본해라고 교육시키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KIS 측은 "개교 한달 뒤부터 해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수정해 수업하고 있다"며 "교사 회의 등 교직원이 모일 때도 '동해'로 교육하도록 주기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NLCS 제주 측도 "본국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며 "대신 교사들에게도 '동해'로 교육하도록 주지시키고 학생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 사실을 파악하고 교과서를 자체적으로 수정하거나 '동해'로 교육하도록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도 주기적으로 교육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국제학교들이 외국의 교과과정을 그대로 따르는 만큼 교과서 자체를 개정토록 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과서 개정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부분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국제학교의 자율성만 강조하며 뒷짐 지고 있다가는 국제사회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인식하게 돼 손쓸 수 없게 된다"며 "앞으로 국제학교를 유치할 때 동해, 독도 등 중요한 역사문제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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