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44) 포항 감독이 사령탑 데뷔 5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포항 스틸러스는 20일 홈구장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단판 승부에서 120분 혈투 끝에 박성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경남 FC를 1-0으로 물리쳤다.
전ㆍ후반 90분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한 양팀은 연장 후반 14분이 되도록 골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포항은 마지막 기회를 살렸다. 신진호의 프리킥을 박성호가 감각적인 백 헤딩으로 연결했고 골 네트를 갈랐다.
생애 처음 감독으로서 우승 헹가래를 받은 황 감독은 감격을 이기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 그 만큼 이번 우승은 그에게 절박했다.
'스타 플레이어는 명감독이 되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다. 황 감독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됐다. 그는 2008년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았다. 패기와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좋은 결과가 따르지 못했다. 두 차례 정상에 설 기회가 있었다. 2009년 리그 컵과 2010년 FA컵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두 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승부의 세계에서 2등은 무의미했다. 정규리그에서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현역 시절 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군림했지만 '지도자 황선홍'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다.
2011년 친정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현역 시절 포항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터라 팬들의 기대가 컸다. 기대만큼 책임도 막중했다.'포스트 파리아스 시대'를 맞아 팀 재건의 책임이 그의 어깨에 지워진 것이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은 포항을 2007년 정규리그,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어 '용광로 축구'의 부흥기를 열었다. 그러나 2009년 시즌 종료 후 돌연 팀을 떠났고 포항은 2010년 레모스, 박창현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렀지만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포항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1년 황 감독은 '기본'을 해냈다.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고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그러나 '황선홍 축구'의 색깔이 없다는 비평이 따랐다.
하지만 2012 FA컵 우승은 황 감독 자신의 색깔로 일궈낸 결과다. 결승골을 터트린 박성호는 올해 황 감독이 영입한 선수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황 감독은 참고 기다려줬고 박성호는 후반기 들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황진성의 대역을 완벽히 해낸 신진호, 수비형 미드필더로 우승에 공헌한 이명주도 황 감독이 발굴한 신예들이다.
황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은 '황새'다. 지도자로서 5년간 인고의 세월을 보낸 황 감독이 명 지도자로 비상을 위해 날갯짓을 시작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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