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이르면 26일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10년 6월 10일 2차 실패 후 2년 4개월만의 재도전이다. 발사기지인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나로호의 3차 발사는 기상 여건을 감안해 26~31일 오후 3시 30분~오후 7시로 잡아 놓았다. 정확한 발사 예정일과 시각은 22일쯤 확정한다.
날씨 등이 최종 발사 여부의 관건
나로호는 100㎏급 '나로과학위성'을 지구 상공 300~1,500㎞ 타원형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것이 주 임무다. 3차 발사 준비는 최종 마무리 단계다.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만든 나로호 하단(1단 추진체, 액체연료 및 엔진)이 지난달 1일 나로우주센터에 들어와 전기와 기계 점검을 모두 마쳤다.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상단(2단 추진체, 나로과학위성, 페어링, 고체 킥모터) 역시 각각의 전기ㆍ기계 접속 체크와 조립을 마친 뒤 지난 2일부터 상ㆍ하단 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양국 연구진은 지난 19일까지 상ㆍ하단 연계시험, 전기 점검, 배터리 충전, 발사대 시스템 최종 점검 등 발사 운용 리허설을 최종 마무리했다.
나로호 3차 발사 최종 예정일은 최신 기상예보를 참고해 22일 확정한다. 날짜가 언제이더라도 로켓 발사 시간은 오후 3시 30분으로 정해져 있다. 지난 1차가 오후 5시, 2차가 오후 5시 1분으로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1시간 30분 정도 이르다. 로켓 발사가 가능한 조건을 의미하는 '발사 창(Launching Window)'이 열리는 시점이 달라진 것이다. 앞서 두 차례 발사는 여름이었지만 이번은 가을이어서, 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직후 태양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역산한 결과 오후 3시 30분 이후가 최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립을 모두 마친 나로호는 발사일 이틀 전 종합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옮겨 '이렉터(erector)'로 수직 고정한다. 발사 당일에는 연료 및 전기 종합점검을 마친 뒤 발사 4시간 전 나로호에 1단 산화제인 액체 산소와 연료(케로신)까지 주입하면 3차 발사를 위한 최종 준비는 모두 끝난다. 발사체 1단과 2단의 발사관제 시스템이 자동으로 준비되는 '카운트 다운'은 발사 15분 전부터 시작된다.
운명의 비행시간 540초
3차 발사가 성공하면 나로호는 이륙 직후 20여초 동안 수직으로 900m 정도 올라간다. 발사 54초 만에 고도 7.4㎞ 지점에서 마하1(시속 약 1,200㎞)의 속도로 음속을 돌파하는데 이 과정이 나로호가 넘어야 할 첫 번째 고비다. 나로호에 구조적 결함이 있으면 폭발할 위험이 높다. 2010년 6월 10일 2차 발사 때에는 이륙 137.2초 만에 통신이 두절됐다.
이륙 215초 뒤 고도 177㎞ 지점에서는 페어링(위성덮개)이 분리되는데, 이 또한 성공여부를 가를 중요한 단계다. 이륙 232초 뒤에는 고도 196㎞를 지나는데 이때 1단이 분리되고, 발사 453초 뒤에는 2단만 남은 나로호가 상공 306㎞의 목표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그로부터 87초쯤 뒤에는 나로과학위성이 2단에서 분리된다.
최종 성공 여부는 12시간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첫 지상교신 때 확인된다. 나로과학위성과 첫 교신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10번째 '스페이스 클럽'(자체 위성발사체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된다. 노경원 교육과학기술부 전략기술개발관은 "1, 2차 발사 실패를 밑거름 삼아 3차 발사의 성공확률을 더 높였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에 대해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실망하기보다 '한국형 발사체(KSLV-2)' 개발을 위해 거치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기술을 일부 빌린 발사 시도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정부는 2021년까지 1조5,500억원을 들여 국내 기술로 75톤급 로켓 엔진을 새로 개발할 계획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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