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런 기자회견을 무엇 하러 했을까. 어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은 적극적 지지자를 제외한 다수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논란의 불씨를 끄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했다. 사회 일각의 오해와는 달리 공익재단인 정수장학회의 법적 지위에 비추어 외부자인 박 후보가 직접 '콩 놔라 팥 놔라'하고 주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주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을 당시 많은 국민은 박 후보가 재단측과의 물밑 대화를 통해 최소한의 논란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후보 스스로가 넌지시 비친 바 있는 최필립 이사장의 자연스러운 퇴진이 좋은 예였다. 그러나 정작 기자회견에 나선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의 설립취지와 그 동안의 성과를 강조하고, 현재의 논란은 야당의 정치공세에서 비롯한 것일 뿐이라는 해묵은 자세에 머물렀다.
법적으로야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애초에 이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기울게 된 것이 정치적 이유에서였다면 그 해법도 여당 후보로서의 정치력을 살리는 것이어야 했다. 그의 말대로 정수장학회가 재단 운영상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하거나 정부 감독기관의 제재를 겪은 바 없다. 야당의 오랜 정치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수장학회가 MBC와 부산일보 주식을 매각해 특정지역 출신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재원으로 삼자는 비밀논의 내용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이 또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재단의 설립취지인 장학사업이고, 특정지역에 대상자를 한정하는 것도 나무라기 어렵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사실상 박 후보에 대한 지원이라는 정치적 이유에서 국민적 의혹이 싹텄다. 그랬다면 재단 설립자와의 특별한 인연을 들어, 아니 최소한 여당 후보라는 지위만으로도 물의를 빚은 최 이사장과 이사진에 엄중한 경고 정도는 얼마든지 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시각은 보여주지 않고 그저 "명칭 문제를 포함해 재단 이사진이 스스로 국민에게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힌 것은 정치적 무책임으로 비친다.
무엇보다 지난번 '역사인식' 논란 때도 처음에는 그랬듯, 국민과의 의사소통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박 후보로서는 뼈아플 만하다. 어제 회견 앞머리에 거듭 강조한 '원칙'이 자칫 고집과 독선으로 비칠 수 있음을 박 후보가 뒤늦게라도 자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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