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보다 더 헷갈리는 게 '쓰임(usage)과 용법'이다. 그리고 문법으로 풀 수 없는 게 바로 '통용' 문제다. 1980년대 초 덩치가 커다란 책상 위의 컴퓨터(desktop computer)가 보편화됐고 곧 이어 1983년에는 Toshiba와 IBM 등에서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 일명 'Laptop computer'를 내놓았다. 이는 책상 위에만 놓고 쓰던 컴퓨터가 아니라 무릎(lap)위에 놓고 쓸 수 있다는 뜻으로 laptop computer라고 부른 것이다. 이 용어가 초창기 휴대용 컴퓨터의 대명사가 될 무렵 1989년 Gavilan SC와 Compaq LTE, NEC에서는 더 얇고 가벼운 컴퓨터라며 노트북처럼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개념의 'Notebook computer'를 출시했다. 그 후 갈수록 얇고 가벼운 휴대용 컴퓨터가 출시되면서 이제는 Laptop-Notebook-Netbook-slate PC-Tab computer 등 복잡하고 다양한 휴대용 컴퓨터 용어가 줄줄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laptop vs. notebook'이다. 미국인들은 아직도 laptop이란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laptop과 notebook을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혼용한다. 그러나 제조업체에서는 상품성과 특징을 내세우며 laptop이란 용어를 버린 지 오래다. 'Performance Notebook', 'Ultraportable Notebook' 등의 표현은 앞에 특징 용어를 붙여 새로운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Gateway, Sharp, NEC, IBM, Sony, Fujitsu 등의 회사에서는 거의 notebook이라는 용어만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laptop은 notebook보다 무겁고 구식이며 기술적 초보 수준을 암시하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 상품명이나 용어는 어법 규칙보다는 홍보나 기술 발전과 맞물려 있기 마련이다.
일부 laptop은 그 무게가 9에서 11파운드 정도 되는데 그야말로 'portable'할 뿐, laptop이라기보다는 desktop replacement에 더 가까운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는 'performance laptop'라고 불린다. 한편 PC라는 용어 자체를 혐오하는 미국의 애플(Apple)사는 자사 notebook을 laptop으로 통칭한다. 일반적으로는 PC냐 Mac이냐의 구분보다 laptop과 notebook이 거의 같은 개념으로 당분간 함께 혼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존 Tablet과 Slate PC라는 명칭도 시간이 지나면 기술과 범용성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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