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 등과 관련,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정조준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요즘 북방한계선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다"며 "북방한계선은 수많은 우리 장병이 목숨 바쳐 지켜낸 곳으로, 누구도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어 "제가 서해 공동어로문제에 대해 '북방한계선을 지킨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하니까 북한에서 '정상회담의 경위와 내용도 모른다'고 비판했는데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건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박 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NLL존중을 전제로 10·4선언에서 합의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자 "북남 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조차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포기 발언을 했으며, 녹취록이 있다"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폭로로 이어졌고, 최근의 여야 공방으로까지 확산됐다.
박 후보는 이어 "당시 국방장관이 NLL을 지키려 한 것을 야당에서 '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경직됐다'고 비판했는데 그럼 NLL을 포기했어야 된다는 말인가"라고도 했다. 2007년 11월 남북국방장관 회담에 임한 김장수 전 장관의 태도가 "경직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문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박 후보는 출범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진실"이라며 "그 내용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그것에 대해 진실을 얘기하면 이런저런 복잡한 논란이 다 필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당시 회담준비기획단장이기도 했던 문 후보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이다.
박 후보의 NLL강공은 안보 이슈 제기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문 후보를 친노 프레임에 엮어 넣기 위한 포석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다. 물론 과도한 색깔론 공세로 비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장관들이 NLL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분명하게 진실을 얘기했다"며 "더 이상 뭐가 필요하고 어떤 진실을 얘기하란 것이냐"고 반문했다. 진 대변인은 이어 "신북풍 공작의 배후가 박 후보임이 드러났다"며 "박 후보가 해야 할 이야기는 허위 주장을 통해 야당에 색깔론을 뒤집어 씌우고 국민을 호도하려 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후보의 태도는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이라는 나쁜 정치를 청산하려는 국민의 지탄과 극복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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