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지급보증서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담보로 자신의 회사에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공급해 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국내 최대 석유 수입사 임원이 구속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5부(부장 이원곤)는 N화학 임원 조모(46)씨를 K에너지 대표 정모(49ㆍ구속 기소)씨가 시중은행 전 지점장으로부터 돈을 주고 발급받은 지급보증서가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담보로 자신의 회사에서 450억원어치의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이를 대가로 2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N화학의 유류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조씨는 정씨가 제출한 지급보증서가 S은행 남양주 H지점 전 지점장 박모(47ㆍ구속기소)씨로부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사 제품을 공급했다. 조씨는 지난해 6월 정씨로부터 2억6,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 조사결과 조씨가 정씨 회사에 공급한 휘발유, 경유 등은 탱크로리 약 4,500대 분량으로 이 중 170억원어치는 시중에 판매됐다.
정씨가 조씨와 거래 과정에서 사용한 지급보증서가 정상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급보증은 거래 상대방에게 지불해야 할 채무의 지급을 금융회사가 보증하고, 대신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이다. 지급보증서 발급은 은행의 여신 승인 절차를 거쳐 이뤄지며, 발급된 지급보증서는 금융기관 대출이나 기업 간 거래에서 담보로 널리 쓰인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한도나 담보능력이 부족한 사업자들이 은행 지급보증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위조하거나 금융기관 임직원과 짜고 부정 발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N화학에 다른 가담자가 있는지, 금품을 더 받은 정황이 있는지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