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총장의 사퇴 발표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카이스트 사태가 다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사회가 서 총장이 밝힌 내년 3월 퇴진을 수용할 수 없다며 25일 해임안을 상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서 총장은 이에 맞서 오명 이사장과의 합의서를 공개하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어제 열린 카이스트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이슈는 서 총장의 거취 문제였다. 참으로 안타깝고 딱한 노릇이다. 서 총장 퇴진을 둘러싼 분란이 벌써 몇 년째인데 아직도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는 현실이다. 총장과 이사장간에 몰래 작성했다는 합의서가 튀어나오고, 내가 맞니, 네가 맞니 하는 꼴이 볼썽사납다. 최고의 과학영재 양성 기관인 카이스트를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표류하게 내버려 둘 순 없다.
갈등의 당사자인 서 총장은 내년 3월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가급적 빨리 사퇴하는 게 옳다. 어차피 퇴진을 결심했으면 당초 합의한 대로 10월에 물러나는 것과 5개월 뒤 그만두는 게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서 총장이 진정 카이스트의 개혁을 바란다면 하루라도 빨리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 다시 대학을 단합시키고 개혁을 이끌어갈 적임자를 찾도록 스스로 도와줘야 한다.
2006년 7월 부임한 이후 서 총장이 추진한 개혁은 대학사회는 물론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나름대로 성과도 거뒀다. 교수 정년 심사 강화와 거액의 학교 기부금 유치, 카이스트 세계 대학평가순위 급상승 등은 그가 일궈 낸 개혁의 성과물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과 성과 위주의 시스템과 일방통행식 개혁은 학내 부작용과 반발을 불렀다. 경쟁지상주의에 내몰린 학생들이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교수들은 두 차례 투표에서 서 총장을 불신임했고 총학생회도 퇴진을 요구했다.
카이스트는 안팎의 갈등을 딛고 다시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 신발끈을 조여 매야 할 때다. 이웃 일본은 이공계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16명이나 배출하는 등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한가하게 집안 싸움이나 하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카이스트를 위한 서 총장의 용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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