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좌석에 흑인 모녀가 앉아 있다. 아이는 한 여섯 살쯤. 예쁘장하다. 그 옆자리가 비자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냉큼 앉았다. 그 다음 역에서 저자의 옆자리가 비자 할머니가 와서 앉았다. 할머니, 저자, 모녀 순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던 저자는 자꾸 자기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할머니가 모녀를 애처롭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거다. 한참을 그렇게 보던 할머니가 가방에서 도넛 두 개가 담긴 비닐봉지를 꺼내 그들에게 건넨다. 영어로 괜찮다고 말하는 모녀에게 할머니는 한사코 도넛을 안기고 할 수 없어 고맙다며 받아 든 그들을 뒤로 하고 뿌듯한 표정으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여기서 흑인은 동남아인쯤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는 '인권 교육을 위한 교사 모임'과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해온 저자가 쓴 인권 교육을 주제로 한 에세이다. 인권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 등을 이론 설명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겪었고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생활 속 이야기로 풀어냈다.
사례들은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아이들과 함께 인권 문제를 생각할 때 되새겨서 좋을 주제들이다. '적극적 듣기'는 어른들이 자신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기 전에 먼저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줄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 역시 자기 주장을 하기 전에 남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기'도 중요하며 타인을 '격려'할 줄 알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의'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인권 교육 자체도 필요하지만 인권적인 문화가 학교문화로 자리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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