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화학회사인 듀폰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를 미 검찰이 기소했다.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같은 사안을 형사 기소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전방위적 자국기업 편들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과 코오롱에 따르면 미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연방법원 대배심은 코오롱과 전ㆍ현직 임직원 5명에 대해 첨단 섬유제품과 관련한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적용한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식 기소했다.
미 검찰은 지난 8월21일 제출한 기소장에서 영업비밀 전용 1건과 영업비밀 절도 4건, 조사방해 1건 등 총 6개 혐의를 적용했으며, 이로 인해 코오롱이 총 2억2,600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닐 맥브라이드 버지니아주 검사는 "코오롱은 대규모 산업 스파이 행위를 통해 헤라크론 섬유를 시장에 선보여 케블라와 경쟁했다"고 말했다.
지난 1973년 '케블라'라는 이름으로 아라미드(방탄섬유)의 상용화에 성공한 듀폰은 후발주자인 코오롱이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섬유를 내 놓자, 기술을 빼돌렸다며 2009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미 법원은 작년 11월 코오롱에 9억1,99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배심원 평결을 내렸고, 지난 8월엔 코오롱의 헤라크론에 대해 전 세계 생산 및 판매 등을 20년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평결 및 판결을 두고 코오롱측은 물론 미국 내 일각에서도 법원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미국기업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번에 미 검찰까지 나서 형사기소하자 코오롱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코오롱은 이번 검찰기소가 30년 넘게 독자기술 개발에 힘써온 자사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이며, 전 세계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오롱측 제프 랜달 변호사는 "지난 2007년 6월 사건 조사에 착수한 미 정부가 그 동안 가만히 있다가 듀폰과의 민사 재판 1심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기소를 결정했다"면서 "이 시점에서 검찰이 코오롱을 기소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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