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55) 전 경기경찰청장이 두 번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두 번 모두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오뚝이같은 그의 인생 역정이 화제다.
이 전 청장은 1981년 간부후보 29기로 경찰에 투신해 1998년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에 오르는 등 탄탄한 길을 달렸다. 그러나 그는 2001년 경기 분당경찰서장 재직 당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되면서 첫번째 시련을 맞았다. 이 사건으로 파면된 그는 2년여 끈질긴 법정 투쟁을 벌였고, 마침내 2003년 대법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경찰에 당당하게 복귀했다.
그는 이후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경찰청 정보국장 등 요직을 거치며 경찰 내 계급서열 2위인 치안정감으로 승진, 경기경찰청장에 올랐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도 꼽히던 그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또다시 검찰이었다. 이 전 청장과 동향으로 중ㆍ고교 선배인 유동천(72ㆍ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에서 "이 전 청장에게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3,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정선재)는 19일 "유 회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비자금을 축소하거나 수사상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고, 검찰의 나머지 증거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항소할 것으로 알려져 아직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법원의 선고 중 눈물을 흘렸던 이 전 청장은 선고 직후 "한 순간도 공직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지 않았다. 검찰이 왜 무슨 의도로 나에 대해 공개 수사를 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경찰은 판결문을 받는 대로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이 전 청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향후 보직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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