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을 훌쩍 넘기고도 지팡이 하나 없이 다니는 프랑스의 사회운동가 겸 사상가 스테판 에셀이 자신 앞에선 '새파란 젊은이처럼 느껴진다'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2011년 프라하에서 나눈 대담을 옮긴 책이다. 1948년 유엔이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날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보편적 가치가 도출됐는지, 정신의 진보가 과학의 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 지성이 논의한다.
'편집인의 말'과 '옮긴이의 말', 사진 등을 빼면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지면은 50여쪽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담긴 대화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정신의 진보'라는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각국 정부 수반들이 아니라 신망 있는 인사들로 이루어진 기구"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두 거목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경험을 한 역자의 글이 이해를 돕는다. 임희근 옮김ㆍ돌배게ㆍ112쪽ㆍ7,500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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