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19일 카이스트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내년 3월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서남표 총장을 향해 당장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25일로 예정된 카이스트 이사회도 서 총장의 조기퇴임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 총장은 내년 3월 사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서 총장이 지난 7월 20일 이사회 때 오명 이사장과 7개항 합의와 함께 '10월 20일 사임하겠다고'고 밝힌 문건을 근거로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서 총장이 재임한 6년은 독선과 불통의 과정"이라며 "서 총장이 빨리 사퇴하고 이사회가 후임 총장을 선임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유성엽 의원도 "합의서대로라면 이달 20일 사임해야 하는데 내년 3월에 하겠다는 것은 새 대통령의 당선을 지켜보고 결정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상희 의원도 "서 총장이 이명박 대통령, 오명 이사장, 이주호 교과부 장관 등의 이름을 흘리며 교묘하게 논점을 흐리고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총장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으니, 카이스트를 막장드라마로 만들지 말고 무대에서 퇴장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심지어 우원식 의원은 "정권이 외압을 넣었다면 인사 개입 중에서는 제때에 가장 잘한 것"이라고 이 대통령을 칭찬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사람은 누구나 공과가 있는데 서 총장이 부임 후 카이스트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평가해야 한다"며 "국민들도 조금 더 참을성을 가지고 대학개혁의 모델로 떠올랐던 서 총장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야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서 총장은 "정치적인 이유로 내년 3월을 정한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학교에 남아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며 당장 사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25일 회의에 서 총장 사임서처리와 계약해지, 후임총장 선임안건을 안건으로 올려 둔 상태다. 한 이사는 "서 총장이 7월에 스스로 나간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뒤엎었다"며 "이사회에서 약속을 어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 총장의 조기해임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서 총장은 사임서의 전제가 되는 7개항의 합의사항을 오 이사장이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사임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가 사임서를 수리할 경우 서 총장은 해임으로 간주하고 명예회복 차원에서 법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는 계약해지안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계약해지는 9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한다. 결국 서 총장의 사퇴는 내년 1월에나 가능해 3월 자진사퇴와 큰 차이가 없고 총장 잔여임기연봉(약51민달라)를 물어줘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이런 이유로 25일 이사회가 서 총장의 3월 사퇴안을 수용하고 후임 총장 선출을 위한 총장후보선임위원회 활동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이스트 총학생회는 이사회가 25일 서 총장의 사퇴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총장실 점거 등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16일 학생대표자회의 결의에 따라 이사회 결정사항을 보고 총장실 점거 실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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