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이 시행된 이래 민자사업은 사업자 입장에서 '불패신화'를 써왔다. 재정이 부족한 정부는 앞다퉈 민간자본을 끌어들였지만 최소운영수익보장(MRG)에 발목이 잡혀 매년 천문학적인 손실보전금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사업자가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이런 구조가 이제 무너지고 있다. 복병은 MRG를 정할 때 추가한 하한선 기준이다.
18일 경기 의정부시에 따르면 시가 2006년 4월 의정부경전철㈜와 체결한 실시협약상 MRG 기간은 10년이다. 처음 5년은 협약수요의 80%까지, 나머지 5년은 70%까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 단, 50% 미만은 한 푼도 줄 필요가 없다. 처음 1년간 하루 협약수요는 7만9,049명이어서 80%인 6만3,240명 이상이 의정부경전철을 타거나 절반인 3만9,525명 미만이 이용하면 손실보전금은 제로(0)가 된다.
올 7월 1일 개통된 의정부경전철은 올 9월 말까지 3개월 간 하루 평균 승객이 1만2,000명 수준에 그쳤다. 많이 잡아야 협약수요 대비 15% 정도이다. 회룡문화제와 부대찌개축제가 겹친 이달 6, 7일에는 사용자가 1만8,000여명으로 하루 최고 기록이었지만 이조차도 협약수요의 23%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50%를 넘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GS건설이 최대주주인 의정부경전철㈜는 한 달에 약 20억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면 적자가 무려 240억원에 이르지만 시가 보전해주지 않아도 돼 모든 손해는 사업자가 감수해야 한다.
의정부경전철을 사면초가에 빠뜨린 MRG 하한선은 이전에는 없었지만 2000년대 중반 실시협약을 체결한 사업들에 적용됐다. 이후 MRG는 민간제안사업의 경우 2006년 1월, 정부고시사업은 2009년 10월에 아예 없어졌다.
의정부경전철과 비슷한 시기 실시협약이 체결된 신분당선도 실제수입이 협약상 수입의 50%가 안 되면 국토해양부가 사업자에게 손실보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달 말 강남~정자 간 개통 1년을 맞는 신분당선은 협약상 하루 승객이 24만5,000여명이지만 실제 승객은 10만명 선이다. 신분당선은 정자~광교, 용산~강남 구간이 추가로 개통되면 승객이 늘 것으로 예상돼 그나마 의정부경전철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울지하철 9호선도 실시협약에 같은 내용이 있지만 실제 승객이 꾸준히 예상치의 97% 수준을 기록해 손실보전금이 0이 되는 사태는 일찌감치 피했다.
교통분야 민자사업 사업자가 손해를 보고 심지어 파산위기까지 몰리게 됐지만 이런 상황이 정부나 지자체에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정부경전철은 협약에 의해 사업자가 포기하면 시가 투자원금 약 3,800억원을 지급하고 시설물을 인수해야 한다. 인수 뒤에는 운영 적자를 시가 감당해야 해 재정이 축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어떻게든 사업자가 끌고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 차원에서 의정부경전철 활성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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