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역에서 침몰하던 외국 화물선 구조작업을 벌이던 제주해경 고속단정이 높은 파도에 전복돼 화물선 선원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복된 해경 단정에 승선 정원 보다 무려 6명이나 많은 인원이 탔던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18일 낮 12시26분쯤 제주시 차귀도 남서쪽 27.7km 해상에서 침수사고가 난 말레이시아 선적 화물선 신라인(5,436톤)호에 대한 구조에 나선 제주해경 소속 3012함 고속단정이 높은 파도에 전복됐다. 이 사고로 중국 선원 2명과 필리핀 선원 3명이 숨지고, 제주해경 소속 김철우(28) 순경은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오전 7시15분쯤 제주시 차귀도 서쪽 61km 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화물선 신라인호 선체내부 좌측 아래쪽 바닥 50cm 정도가 파손돼 물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 선박은 제주해경에 배수 지원 및 긴급 구조를 요청했고, 해경은 3,000톤급 경비함정 등을 현장에 보내 배수작업을 벌인 뒤 가까운 항구인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으로 입항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화순항으로 들어오던 신라인호는 차귀도 남서쪽 27.7km 부근에서 갑자기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이에 해경은 화물선에 타고 있던 선원들을 단정 2척에 태워 3012함으로 옮기는 긴급 이송작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고속단정 1척의 정원은 11명인데, 상황이 긴급하다 보니 선원 11명과 해경대원 6명 등 총 17명이 승선한 데 있다. 당시 이 해역에는 높이 4m 안팎의 높은 파도가 일었고 초과 정원 탓에 가뜩이나 기우뚱거리던 단정은 높은 파도에 휩쓸려 한순간에 전복되고 말았다. 가로 10m, 세로 3.3m, 높이 1.2m 크기의 단정이 너무 많은 인원을 태워 높은 파도에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탓으로 추정된다.
승선했던 17명 모두 바다에 빠지자 해경은 즉시 추가 구조단정을 현장에 투입, 긴급 구조 작업에 나섰다. 단정에 탔던 승선원들은 전복 당시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높은 파도 탓에 선원 3명은 숨진 채 인양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된 다른 선원 2명과 해경의 김 순경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선원 2명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제주해경 조준억 서장은 사고원인에 대해 "화물선이 침몰위기에 놓인 급박한 상황에서 1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당 단정에 정원을 6명 초과해 태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주해경은 생존 선원과 구조 해경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난 화물선은 이날 스틸코일 4,472톤과 기계 설비 2,100톤을 싣고 부산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가던 중이었다. 화물선에는 중국인 13명과 필리핀인 6명 등 선원 19명이 타고 있었다. 화물선은 오후 3시50분께 침몰했다.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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