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산발적이나마 증세 방안을 내고 있다. 앞다퉈 내놓은 복지공약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책인 셈이다. 하지만 전반적 그림은 제시하지 않은 채 변죽만 울리는 모습이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부가가치세 조정 방침을 언급했다가 그제 "부가가치세율을 올리겠다는 얘긴 아니다"며 황급히 발을 뺐다. 이정우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종합부동산세가 (세수 확대에) 가장 좋은 세금"이라는 정도만 거론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보편적 증세의 필요성만 확인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차기 정부 5년간 각각 281조원, 638조원이다. 줄잡아도 매년 50조원, 내년도 전체 복지예산 100조원의 50%를 더 써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 모두 '부자증세'를 합창하고 있지만, 민주당 안대로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소득구간을 연간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하고, 대기업 법인세율을 올린다고 해도 세수확대 효과는 연간 5조원에도 못 미친다. 세출 조정을 한다 해도 어림잡아 20~30조원에 이르는 증세 계획에 대해선 모든 후보가 입을 다물고 있다고 봐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도 증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 주장처럼 세금을 덜 올려도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기여금이 올라 장기적으론 2010년 현재 25%인 국민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3.8%) 수준에 육박할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이미 소득세, 사회보장기여금, 부가가치세 수입 확대를 골자로 한 증세 방향을 냈다. 법인세의 경우 국제경쟁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조정을 제안했다.
대선 후보들이 증세에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뻔하다. 공연히 싫은 소리로 표를 깎이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복지공약을 쏟아낸 후보들로서는 조속히 구체적 증세 방향을 마련해 그 차이에 대해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게 옳다. 앞으로 세금을 얼마나 더 거둘지, 어떻게 거둘지에 관한 방법의 차이 역시 국민이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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