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특허는 마법 같은 존재다. 시장을 선점하면서 경쟁사를 견제하는, 창과 방패의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 삼성과 애플 사이에 벌어진 세기의 특허 소송은 기업들에게 이 점을 더욱 각인시켰다.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투자'라며 앞다퉈 특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렇게 보면 강훈기(28ㆍ사진) 씨는 '넝쿨째 굴러온 복'에 가깝다. 강씨는 지난 7월 시스템통합(SI) 기업인 SK C&C에 입사한 신입사원.
하지만 그는 이미 회사에서 '발명왕'으로 불린다. 자신의 이름으로 21개의 특허를 갖고 있어서다. 특허청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까지 합하면 그의 발명품은 총 36개에 달한다.
시작은 10여 년 전. 그는 "현관에서 짐을 옮기다 문을 고정하는 고무 지지바가 닳은 것을 보고 고무 대신 롤러형으로 바꾸고 이를 고정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레고나 프라모델을 갖고 노는 것을 즐겼던 터라 공구와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봤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3년 대한민국학생발명전회에서 3등인 금상을 수상하고 2005년 발명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마우스 증후군 방지용 마우스와 낙하시 회전하는 유희용기, 무선 단말기의 카메라 회전장치 등 생활 속에서 유용한 특허를 발명했다. 일부는 사업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문자입력에 드래그 방식을 도입한 특허였는데 정보통신진흥원의 후원으로 상용화에 성공해 리모콘 회사 등이 이 기술을 구매해 갔다"고 말했다.
그가 발명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영향도 컸다. 엔지니어 출신의 아버지는 후원자를 자처했고 형은 든든한 동료였다. 21개의 특허 중 15개는 형과 공동 출원한 것이기도 하다.
SK C&C에 지원한 것은 채용설명회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우연히 SK그룹의 인재상에 대한 강연을 들었는데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IT 인재의 최대 덕목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회의 문화가 발달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IT업계에서는 회의 도중 무심코 던지는 말이 좋은 아이디어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아이디어들이 사장되지 않으려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때마침 SK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바이킹형'이라는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바이킹형 인재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붙인 말로 도전정신이 투철하거나 리더십이 강한 인물을 뜻한다. 창업 경험이 있거나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경력이 있는 인재에게 대폭 가산점을 주는 열린 채용의 일환이다. 그는 "실제로 동기들을 보면 예술 경영을 전공한 친구도 있고 방송 PD 출신 등 전공이나 이력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특허를 회사 사업과 접목해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우선은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겠지만 그 동안 생각한 아이디어들을 IT산업의 현장에서 직접 실천해보는 게 궁극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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