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서 모더니스트로사실주의 화풍 벗고 인상주의 경험 점묘파 영향받은 짧은 화필·밝은 색채자화상 36점 중 27점 이때 완성 고뇌에 찬 얼굴 등 9점 한자리에7년 연구 끝 밝혀진 작품의 비밀한때의 연인 초상화 엑스선 촬영하니 또 다른 여인의 숨겨진 초상화 투시유화 옆에 엑스선 사진 나란히 선보여 '탕귀 영감' 프랑스 외 나라 첫 전시
별빛이 캔버스를 휘감은 듯한 화려한 색채, 고뇌에 휩싸인 영혼까지 담아낸 역동적인 필치. 미술사에서 전무후무한 족적을 남긴 세기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한국을 찾는다. 한국일보 주최로 반 고흐의 예술혼을 조명하는 전시 '불멸의 화가II-반 고흐 in 파리'가 11월 8일부터 2013년 3월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약 5개월여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2007년 82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국내 미술전시 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남긴 '불멸의 화가-반 고흐' 전시 이후 5년 만이다.
2007년 전시가 반 고흐 예술의 초기부터 말기까지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은 국내 최초의 회고전 형식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반 고흐 작품 세계의 예술적 토대를 이룬 가장 중요한 시기인 파리 시기(1886.3~1888.2)를 집중 조명했다. 1853년 네덜란드 준데르트(Zundert)에서 태어나 37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10년간 900여 점의 유화를 남긴 그의 천재성이 발현된 시기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소장작품을 중심으로 유화작품 6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 격랑의 파리 시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등 반 고흐 생애 최고의 걸작은 파리에서의 2년이 아니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의 화법은 색채를 실험하던 파리 시대를 통해 자리 잡았다. 28세에 화가의 길에 입문한 반 고흐는 이 시기, 고전적이고 사실주의적인 화풍에서 벗어나 인상주의를 경험하고 화풍의 급격한 변화와 발전을 겪으며 리얼리스트에서 모더니스트로 발돋움했다.
반 고흐의 파리 시기를 테마로 기획된 전시는 지금까지 1988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린 '반 고흐의 파리시기'가 유일했다. 이번 전시는 반 고흐 미술관 전문가들이 엑스선 촬영 등을 통해 7년간 작업한 학술적 연구의 결정체를 반영했다.
생전의 반 고흐는 단 한 점의 작품만을 판매했을 정도로 평생 가난과 소외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야 했다. 지독한 가난으로 그는 캔버스까지도 재활용하곤 했는데, 이는 한때 연인이었던 이탈리아 여인 세가토리의 초상에서도 볼 수 있다. '카페에서, 르탕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1887)를 엑스선으로 촬영하자 또 다른 여인의 초상화가 보인다. 이번 전시에 엑스선 촬영 사진이 유화 작품 옆에 나란히 걸려 색다른 묘미를 전한다.
파리 시기의 걸작으로 꼽히는 '탕귀 영감'(1887, 로댕미술관 소장)도 처음으로 프랑스 밖에서 전시된다. 탕귀 영감은 생전 반 고흐와 친밀하게 교류한 화상으로, 반 고흐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 자화상으로 색채화 형태를 실험하다
반 고흐의 작풍은 네덜란드 시기(1881~1885), 파리 시기(1886~1888), 아를르 시기(1888~1889), 셍레미 시기(1889~1890), 오베르 시기(1890)로 나뉜다. 이중 파리 시기에는 인상주의 특히 후기인상주의의 점묘파 화법에 영향을 받아 짧고 끊어지는 화필과 밝은 채색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후 그는 독자적인 화법을 완성해간다.
파리 시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그가 평생 남긴 36점의 자화상 중 27점을 이 시기에 완성했다는 점이다. 모델을 쓸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화가 반 고흐 스스로 모델이 된 자화상을 통해 양식적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87년에는 한 해에만 22점을 그렸다. 이번 전시에는 파리시기에 그린 9점의 자화상이 한 자리에 전시돼 평생 가난과 싸우다 생을 마감한 비운의 화가 반 고흐의 고뇌에 찬 얼굴을 다양한 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서순주 커미셔너는 "'파리시기'는 반 고흐의 예술 세계가 완성 단계로 가는 과도기에 해당하는데 작품 스타일의 변화가 파격적이고 급격한 것이 특징"이라며 "특정시기를 집중 조명하는 국내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문의 1588-2618.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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