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드름을 청춘의 상징이라 했나. 사춘기 청소년뿐 아니라 다 큰 어른도 여드름 때문에 고민인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너무 많이 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여드름은 청춘의 추억은커녕 보기 싫은 흉터만 남기기 일쑤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여드름 흉터를 비롯해 화상 흉터, 켈로이드 흉터 등은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흉터들이다. 이 같은 난치성 흉터도 최근엔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심해질수록 개선 효과가 줄기 때문에 빨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패인 피부 들어올려
다치거나 넘어져 생긴 흉터가 보통 피부 위로 툭 튀어나와 있는 것과 달리 여드름 흉터는 대부분 움푹 패여 있다. 당연히 치료법이 다르다. 튀어나온 흉터는 깎아내거나 녹이면 되지만 패인 흉터는 들어간 부위를 끌어올려야 한다. 보통 여드름 흉터의 깊이가 피부에서 1mm 안쪽이면 레이저를 쏘여 패인 부위 주변의 피부를 살짝 태워내 편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여드름 흉터는 깊이가 1mm 넘는 경우가 많다. 군데군데 이런 깊은 흉터가 남았다면 둥근 펀치처럼 생긴 기구로 흉터 부위를 찍어 주변 정상 피부만큼 끌어올린 뒤 높이를 맞춰줄 수 있다. 그 후 끌어올린 부위는 꿰매거나(봉합 펀치술) 특수한 피부 접착제로 붙이는(비봉합 펀치술) 것이다. 흉터 전문 연세스타피부과 이상주 원장은 "특히 비봉합 펀치술은 치료 후 2, 3일 동안 붉어질 수 있지만, 1, 2주일 지나면 주변 피부 조직 색과 같아진다"며 "여드름 흉터 말고도 외상이나 수두 흉터 같은 함몰성 흉터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여드름 흉터에서 패여 있는 부위 바로 아래에는 보통 딱딱한 섬유질 조직이 자리잡고 있다. 흉터 부위를 끌어당기고 있는 원인인 셈이다. 미세한 바늘로 이 섬유질 조직을 잘라주면 패인 부위가 제자리로 올라오기도 한다(서브시전).
그러나 여드름 흉터가 넓게 퍼져 있으면 비봉합 펀치술이나 서브시전 방식은 쉽지 않다. 이럴 땐 레이저를 피부 깊이 침투시켜 흉터 경계 부위를 태워 깎아내면서 속에선 새 살이 돋아나도록 자극해 주는 방식(심부레이저박피술)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레이저로 상처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엔 치료 후 2차 흉터가 생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깊이나 세기 등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레이저가 나와 이런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유난히 흉터가 잘 생긴다면
화상 흉터는 다른 어떤 흉터보다 깊고 단단하다. 깊이가 1cm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전에는 정상 조직을 늘려서 떼다 붙이는 등의 수술밖에 치료법이 없었지만, 요즘은 레이저로도 치료한다. 표피에서부터 진피까지 레이저로 촘촘하게 미세한 구멍을 내 피부를 자극하는 것이다(핀홀). 피부는 이들 구멍을 상처로 인식해 회복 반응이 일어나면서 콜라겐 같은 피부를 구성하는 조직이 다시 만들어진다. 그러면 딱딱하게 뭉쳐 있던 흉터 조직이 풀리면서 울퉁불퉁하던 피부가 매끈매끈하고 부드러워지며, 희게 변했던 피부색이 살색으로 돌아온다.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은 "현대 의학 수준에선 화상 흉터를 본래 피부로 100% 회복시키기는 힘들지만, 크기를 줄이거나 눈에 충분히 덜 띄게 할 수는 있다"며 "(핀홀 방식은)얼굴과 목처럼 어려운 부위나 깊은 수술 흉터, 어린이 흉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남들보다 유난히 흉터가 잘 생기는 사람도 있다. 피부과에선 이런 사람을 '켈로이드 체질'로 분류한다. 피부 조직들이 상처에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귀를 뚫어도 자국이 남거나 여드름 흉터도 남들보다 심하게 생긴다.
이 같은 켈로이드 흉터는 지금까지 대부분 얼려서 부수거나 흉터 조직을 녹이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주사를 놓아 치료해 왔다. 하지만 워낙 흉터가 단단하다 보니 환자가 통증을 많이 느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최근엔 피부 깊숙이 침투하면서 에너지가 낮아 통증을 크게 줄인 레이저 치료법이 등장했다. 따뜻한 느낌만 들기 때문에 어린이 켈로이드 흉터 치료도 가능해졌다.
흉터도 예방하는 시대
흉터 치료는 요즘 들어 개념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피부과 전문의들의 견해다. 예전에는 상처가 아문 후 보통 6개월 정도 기다렸다 흉터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피부가 불그스름해지면서 흉터가 생기기 시작하는 초기에 레이저를 쪼인 경우와 그대로 둔 경우를 비교, 초기에 레이저를 쪼인 쪽이 흉터가 더 적게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보고됐다. 연세스타피부과 정원순 원장은 "레이저가 상처 부위에서 혈관이 과다하게 증식하는 걸 막아주기 때문에 흉터가 예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같은 상처에서도 흉터가 더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이 원장은 "상처 부위가 튀어나오려 하는 등 흉터가 생길 것 같아 보이면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 흉터를 막을 수 있다"며 "작은 상처라도 딱지가 생기게 두지 말고 습윤드레싱제를 붙여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 주면 흉터가 더 적게 남는다"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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