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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고 좁아진 혈관질환 우회로 뚫고 스텐트 넣고 '하이브리드 수술'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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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고 좁아진 혈관질환 우회로 뚫고 스텐트 넣고 '하이브리드 수술'이 뜬다

입력
2012.10.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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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한 72세 남성이 1년 반쯤 전부터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걸을 때마다 다리가 저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 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져 200m만 걷고 나도 두 다리가 너무 아파 쉬어야 했다. 그러다 왼쪽 다리는 아예 가만히 있어도 아프기 시작했고, 밤에도 다리 통증 때문에 자주 잠을 깼다.

참다 못한 이 남성은 최근 병원을 찾았고, 다리 혈관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아 입원했다. 엉덩뼈(장골)와 넙다리뼈(대퇴골) 근처의 동맥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 수술하기엔 위험한 데다 막힌 혈관 부위도 워낙 넓었다. 의료진은 '하이브리드 수술'을 택했다. 최근 혈관 질환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수술이 늘고 있다. 수술과 비수술 치료의 장점을 모아 위험은 줄이고 성공률은 높였다.

자기 혈관이나 인조혈관으로 우회로

이 남성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은 양쪽 넙다리뼈 동맥들 사이, 오른쪽 넙다리뼈 동맥과 오금(슬와ㆍ무릎 뒤쪽 오목한 부분) 동맥 사이에 수술로 인조 혈관을 넣어 혈액이 원래 흐르던 길과 다른 길을 만들었다(혈관우회로조성술). 그리고 오른쪽 엉덩뼈 동맥에는 인조 그물망(스텐트)을 삽입해 막혀 있던 부위를 넓혔다(혈관중재술).

집도의인 박종권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외과 교수는 "다리의 혈액 순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수술 전보다 크게 좋아졌고, 다리 저림 등 아픈 증상도 모두 사라졌다"며 "환자는 현재 정기적으로 등산을 다닐 만큼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을 때 외과에서는 전통적으로 환자 자신의 혈관을 잘라다 이식하거나 인조 혈관을 넣어 막힌 혈관 주변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치료해 왔다. 이 같은 혈관 수술은 집도의가 혈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이 위독한 응급 환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치료법이다.

그러나 마취 상태에서 가슴이나 배 부위를 크게 절개해야 하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폐질환 등 다른 병을 갖고 있거나 나이가 많은 환자를 이렇게 수술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송현 교수는 "특히 심장에서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나 뇌혈관 수술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외과 의사가 하는 가장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며 "다른 수술에 비해 수술 후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고 회복 시간도 길다"고 설명했다.

그물망 넣고 부풀려 통로 확보

수술하지 않고도 막힌 혈관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건 1950년대 혈관을 방사선으로 촬영하는 방법(혈관조영술)이 발전하면서부터다. 이후 1980년대 인조그물망(스텐트)까지 개발되면서 수술이 어려운 혈관 질환 환자도 치료 받을 수 있는 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만 낸 채 가느다란 관을 이용해 방사선 영상을 보면서 막힌 혈관 안으로 스텐트를 집어넣은 다음 부풀려 혈액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동맥경화증이 심하거나 기형적으로 복잡하게 꼬여 있는 혈관은 방사선 영상만으로 정확한 모양이나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고, 가는 혈관은 스텐트를 넣은 뒤에도 다시 막히는 등 재발 가능성이 있다. 대동맥이 크게 찢어져 급사할 위험이 높은 경우에도 수술이 더 빠른 치료법이다.

그래서 최근 수술과 스텐트 치료의 단점을 서로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이 등장했다. 수술이 비교적 쉬운 부위의 막힌 혈관은 우회로를 만드는 등 외과적 치료를 하고, 수술이 곤란한 혈관에는 스텐트를 삽입해 뚫어주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공준혁 교수는 "수술로만 치료했을 때보다 피부에 상처가 절반 이상 적게 남고, 개복이나 개흉 수술이 위험한 고령 환자에게도 안전하고 효과가 높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수술 도입 전에는 수술과 스텐트 삽입이 모두 필요한 환자가 있을 때 각각 따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박 교수는 "이제는 하이브리드 혈관 수술로 한번에 치료가 가능해져 총 치료 시간과 입원 기간이 단축되면서 환자의 신체적 부담과 치료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진료 분야 넘나드는 새 영역

하이브리드 수술은 이미 외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 스텐트를 이용한 혈관 치료를 외과 전문의가 시술한 비중이 1996년엔 10%였는데, 2006년 40%로 증가했다"며 "하이브리드 수술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수술을 하려면 의사가 혈관 수술과 혈관중재술에 모두 능숙하고 방사선 기기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의료계에선 외과 수술과 혈관중재술의 구분이 명확했지만, 이젠 두 진료 분야를 넘나드는 새로운 영역이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경희대병원, 원광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양산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조선대병원, 인하대병원 등이 혈관 하이브리드 수술을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이 적용되는 병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하지동맥경화증, 대동맥류, 대동맥박리증 같은 기타 혈관 질환 등이다. 심장 질환과 뇌 질환 환자는 줄고 있으나, 하지동맥경화증, 복부대동맥류는 느는 추세다. 복부대동맥류는 배 속 대동맥이 비정상적으로 부푸는 병으로 자칫 터지면 심한 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 성인의 14 ~ 20%가 겪는다고 알려진 하지동맥경화증은 심해지면 조직이 썩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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