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중대형 아파트의 위상이 급락하고 있다. ‘중대형을 사야 향후 돈이 된다’는 투자수요가 빠지고, 실수요 위주로 재편성되면서 중대형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향후 5년간 30~54세 연령층에 많은 4, 5인 가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중대형 수요가 20%이상 감소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어느새 중대형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형국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8일 내놓은 ‘가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규모 축소 가능성 진단’보고서에 따르면 2013~17년 총 가구수는 1,795만가구에서 1,919만가구로 124만가구가 증가할 전망이다. 늘어나는 124만가구의 주택면적 수요를 2010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예측해 보면 전용면적 60㎡이하 소형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61%(75만가구)였다. 중형(60㎡이상 102㎡미만)에는 31%(38만가구)가 거주하고, 대형(102㎡이상)을 필요로 하는 가구는 8%(10만가구)에 그쳤다. 2007~2011년 분양된 대형아파트가 25만 가구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5년간 대형주택 수요는 이미 분양된 주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2010년 수준(소형41%, 중형49%, 대형10%)과 비교하면 중ㆍ대형 수요가 20%포인트 감소하고 소형이 그 만큼 증가하는 꼴이다. 기경묵 KB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령화와 주택 소형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가구의 평균 주택면적도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주거면적 증가율 둔화와 소형주택 선호도 증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위축으로 인한 철거감소, 대출규제로 인한 유동성 감소 등을 감안하면 중대형 주택 수요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연령 및 가구 구조 변화도 중대형 아파트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주 수요층인 4인 이상 가구가 2017년까지 64만가구 줄고, 중ㆍ대형으로 갈아타 왔던 30~54세(가구주 기준)가구조차도 379만가구(2012년)에서 70만가구나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기 연구원은 “소형 주택 위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 주택 다운사이징이 발생할 것”이라며 “하지만 소형 주택들이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20, 30대 수요에 치우치고 있어 향후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중대형과 소형 아파트간의 가격차는 좁아지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08년 수도권 기준 전용면적 142㎡에서 79㎡로 이사할 때 평균 3억9,086만원이 남았지만, 현재는 3억2,999만원만 남았다. 5년 동안 6,087만원(15.6%)이 줄어든 셈으로, 주택을 줄여도 예전만큼 목돈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다. 주거면적의 증가율도 수도권의 경우 2005~2010년간 1.1%로, 2000~2005년 7.8%에 비해 크게 둔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대형과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 역전현상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중소형은 단독세대나 신혼부부 등이 지속적으로 찾고 있지만 물건이 많지 않다는 희소성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며 “당분간 중대형 아파트값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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