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 중반에 한 질문자가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조지 W 부시 정부의 정책과 당신 정책의 차이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자 토론장에 잠시 웃음이 오갔다. 이 웃음은 그러나 롬니와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시 전 대통령이 뜨거운 감자라는 점을 보여주는 미묘한 것이었다.
롬니는 자신에게서 부시가 연상되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그렇다고 부시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도 없었다. 부시 정권 인사들 특히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그의 참모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부시의 실정에 기대 4년 전 비교적 쉽게 당선된 오바마도 "또 부시냐"는 역풍 때문에 그를 내놓고 비난하기 어렵다.
곤혹스런 표정으로 답변에 나선 롬니는 "나는 부시와 다른 사람이며 그는 아주 어려운 시대에 아주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롬니는 "부시는 중국의 교역 관행을 방치했고 무역적자를 확대했으며 재정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그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롬니는 "그는 남미와 교역을 증가시키지 못했고 중소기업 육성에 집중하지 못했다"면서 주로 경제 문제에 국한해 부시의 실패를 거론했다. 부시와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롬니는 25년 동안 사업을 하고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거치면서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부시는 (민간에 현금을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메디케어를 추진하지 않았고 이민개혁은 수용했다"면서 "바로 이것이 부시와 롬니 두 사람의 차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정책에서는 롬니가 부시보다 더 극단적"이라고 주장했다. 퇴임 4년이 지났어도 부시는 여전히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