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자급률이 80%대로 떨어지면서 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수입물량과 비축분을 포함하면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벼 재배면적 감소와 태풍, 병충해 등의 피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 규모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햅쌀이나 일부 고품질 쌀은 공급 부족이 예상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쌀 가격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쌀 20㎏의 도매가는 4만2,250원이다. 10월의 평균 도매가도 4만1,123원에 달해 2008년 9월 이후 월 평균 값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풍작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2010년 10월 평균 값(3만2,146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1.8%나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8월말과 9월초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본격적으로 쌀이 출하되는 이달 말을 전후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총 수확량이 422만톤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비축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올해는 재배면적까지 0.5% 줄어들어 32년 만에 최저치인 407만여톤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햅쌀 수요에 비해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쌀 가격 상승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잇따라 불어 닥친 세 번의 태풍과 이후 벼 이삭의 수분이 빠져나가 잎이 하얗게 말라 죽는 백수현상이 발생하면서 쌀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태풍 피해 지역이 햅쌀 출하가 이른 호남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으며 일부 지역은 예년 수확량의 40%까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남 해남 지역의 경우 평년 기준 논 한 마지기에서 40㎏기준 45가마가 출하되는데 올해는 농사를 잘 지은 농가마저도 37가마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생산량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소비량 감소와 수입쌀, 재고쌀 공급 등으로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신곡 생산량이 407만4,000톤이지만 민간의 내년 신곡수요량이 401만5,000톤 수준으로 예상돼 5만9,000톤의 여유가 있다"며 "신곡으로 도입되는 밥쌀용 수입쌀 20만7,000톤까지 감안하면 수요량보다 26만톤 이상이 초과 공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월 재고쌀 규모도 84만여톤에 달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산 쌀에서 비소가 검출돼 논란이 이는 등 수입쌀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는 실정이다. 재고쌀 수요도 대형급식소 외에는 드물다는 점에서 쌀 가격 안정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태풍, 백수 등의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해 생산량이 전망치 밑으로 떨어질 경우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 민간 농업전문가는 "통상적으로 쌀의 경우 자급률이 100%를 달성해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며 "자급률이 작년과 비슷한 80%대에 머물 것으로 보여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며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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