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박·개발 자본들이 앞다퉈 국내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카지노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자본 유치에 목매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카지노호텔 건립이 관광 활성화와 세수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카지노 사전심사제' 도입과 맞물려 자칫 '도박의 덫'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 슬롯머신 재벌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의 카즈오 오카다 회장은 지난 6월 방한,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4조9,000억원을 들여 카지노 호텔 등 복합리조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8월까지 1,920억원을 직접 투자도 했다. 유니버설은 영종 국제업무단지에 2조 7,200억원을 투입, 카지노 호텔과 골프장도 짓는다. 미국 카지노 그룹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7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영종 미단시티에 카지노호텔과 부대시설을 짓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고, 특수목적법인 ㈜에잇시티는 용유·무의도에 10조원 규모의 카지노 호텔을 포함한 리조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과 일본 게임기 제조업체 세가사미홀딩스의 합작 법인은 2018년까지 영종 국제업무단지에 6,621억원을 투자, 카지노와 특급호텔 등 위락단지를 조성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속한 영종도뿐만 아니다. 전북도는 새만금지구 관광 개발과 투자 유치 촉진을 위해 부안관광지구와 고군산지구에 외국인전용 카지노호텔 건립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전북도는 카지노 설치를 포함한 게임시티 조성사업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해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외국인전용 카지노 유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재원 확보를 위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도입을 검토했다. 제주도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현재는 논의를 중단한 상태지만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2012~2020년)'에 관광객전용 카지노 도입안을 포함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제주에는 현재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호텔 건설 등 대규모 선 투자 조건을 없애고 서류심사만으로 신청이 가능케 한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지난달 도입, 한국 진출을 노리는 카지노 자본에 날개를 달아줬다. 내수활성화 명분이다. 카지노업계는 문화관광체육부의 '카지노 영업준칙'에서 금지한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이 향후 허용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는 정선의 강원랜드뿐이지만 외국인전용 카지노는 전국에 총 16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조1,867억원(입장객 298만3,000명)으로 1조1,289억원(210만1,000명)의 전체 외국인전용 카지노 매출액을 앞섰다. 카지노업계가 줄기차게 내국인 출입 허용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싱가포르 등에서 카지노 호텔을 운영 중인 샌즈그룹의 셸던 애덜슨 회장과 스티브 타이트 시저스 사장 등 10여개 세계 유명 카지노 재벌들은 내국인 출입 허용을 조건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대규모 투자 의향을 꾸준히 내비쳤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허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관광산업 발전과 고용 창출, 불법 도박의 양성화 등을 내세운다. 쇼핑 숙식과 연계한 카지노산업은 국내외 관광객의 소비를 촉진하고 음성적인 내국인 출입과 해외 원정 도박을 차단해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법의 허점을 이용해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출입한 한국 국적자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44만9,573명에 달했다. 세수확보와 경제활성화에 혈안인 지방자치단체들은 도박 자본 유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내외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규모 직접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데다 카지노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원랜드와 외국인전용 카지노가 낸 국세와 지방세는 2,493억원에 달한다.
반대측은 도박 중독자 양산과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급증을 우려한다. 실제 2010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도박 중독률은 6.1%로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영국의 2.5%, 프랑스의 1.3%에 비해 크게 높다. 내국인 출입허용이 예상치 못한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을 보여주는 통계다. 실제로 카지노 전국도박피해자모임 관계자는 "내국인에게 개방하는 카지노를 만드는 건 반대"라고 말했다. 이현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변호사)은"사행산업 수요를 합법 영역으로 끌어들여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명분과 달리 관리부실로 카지노는 중독자를 양산하는 도박장이 되고있다"며 "사행산업 부작용과 도박 폐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는지를 평가해 허가를 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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