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선 후보들이 증세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복지 분야를 비롯한 각종 공약의 현실성 논란이 제기되자 재원 마련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17일 한 라디오에 출연, 참여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 논란에 대해 "종부세가 이론적ㆍ실질적으로 가장 좋은 세금"이라며 "참여정부 시절에 종부세가 세금 폭탄으로 매도됐던 건 잘못이고 바로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 증세'를 전면에 내건 민주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되돌리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으로 확대하고, 법인세 최고구간의 세율도 25%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진보진영이 강력히 주창한 부유세 도입을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제안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부유세가 썩 좋은 세금이 아니며 상속세에 비해 이론적으로도 열등하다"며 "유럽에서도 10개국 정도만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도 전날 조세부담률 조정 방침을 밝혔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현행 세율을 유지하면서 세제 구조를 바꾸면 조세부담률이 조금 올라간다"며 현 조세부담률 19%를 21%까지 올릴 경우 연간 30조원의 세수 증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날 증세 공약 제시 여부에 대해선 "다음 정부에서 복지 수요가 늘었을 때 추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이럴 때 세제개편을 얘기한 것"이라며 "(세율을 높이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아예 '보편적 증세론'을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저서 에서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조금씩 세 부담을 더 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부자 증세'와는 달리 사회 전체의 복지 혜택을 늘리려면 수혜자 모두가 일정한 부담을 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아직까지 세 후보 진영 모두 구체적인 증세안을 제시하진 않고 있지만 증세 없는 복지 확대가 어렵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알고 있는 만큼 조만간 후보들이 직접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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