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가 관광지 곳곳에서 다양한 전통 상품을 파는 걸보고 우리 전통 공예품도 잘 다듬으면 충분히 상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올해 8월 서울시 통상산업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서울시 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한 고현(30)씨는 2년 전만 해도 평범한 무역회사 직원이었다. 그러나 2010년 12월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 기법을 활용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생산하는 LK코리아를 창업했다. 천연 자개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이 외국인들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즘 호주와 미국 등으로 제품 수출이 이어지고 있어요. 외국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K-상품이 될 수 있게 스마트폰 케이스 이외에 장신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올해 7월 서울시 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한 이지윤(36) 모담 대표도 생활 속에서 창업의 기회를 발견했다. 부모님을 위해 손수 만든 탈모 치료용 비누를 우연히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가 큰 호응을 얻자 어머니와 함께 지난 5월 한방 비누를 생산하는'모담'을 설립했다. 항공사 승무원에서 회계사로 전업한 이력을 가진 그는 "회계 업무가 무미건조하고 답답했는데 정말 '백년가업'으로 할 만한 아이템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천연 한약재를 숙성시켜 100% 수작업으로 만드는 탈모 방지용 비누는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한 손으로 꾹 누르기만 하면 플러그가 쉽게 빠지는 신개념 멀티탭 '클릭 탭'을 생산하는 태주산업의 신헌수(38) 대표는 1년 전 서울시 창업센터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기업가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15일'클릭탭'관련 기술로 미국 특허까지 받은 그는 최근 3년간 약 100억원의 판매를 보장 받는 조건으로 한 국내 업체와 국내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제품 양산에 돌입해서 내년 1월부터 전국의 마트와 각종 전자제품 매장에서 우리 제품이 선보일 겁니다. 멀티탭의 패러다임도 조만간 바뀔 겁니다."그는 창업 전 수년 간 단 하나의 아이디어에 몰두했다. "뇌졸중으로 한쪽 팔을 사용 못하는 장모님이 전자레인지 플러그를 뽑는데 애를 먹으시는 걸 어느 날 봤어요. 그 문제를 해결하려다 여기까지 온 거죠." 수 억원에 달하는 창업 비용과 숱한 시행 착오 속에서도 그를 지켜준 건 흔들리지 않은 믿음이었다. "지구상에 제가 만든 제품을 써줄 사람을 적어도 한 명은 확보했으니 한번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믿었던 거죠."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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