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예순여섯 동갑내기 두 사람은 8년씩 임기를 수행한 미국 전직 대통령이다. 그러나 퇴임 후 행보는 극과 극이다. 클린턴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원 연설을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과 달리, 부시는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부시는 경기 침체를 부른 장본인으로 평가 받으며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낙인 이 찍혀있다. 그가 공화당 전당대회에 먼저 불참을 통보하자 밋 롬니 후보 진영이 내심 쾌재를 불렀을 정도다.
이처럼 공화당의 표를 깎아 먹는 불청객 취급을 받으며 본의 아닌 은둔 생활을 하는 부시의 근황이 공개됐다. 미국의 주간지 뉴욕매거진은 '야인이 된 부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시가 최근 고향 텍사스에서 자신의 애완견이나 주변 풍경을 그리는 새 취미를 가졌다고 14일 보도했다. 주로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어느 정도의 그림 실력을 갖췄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시를 아는 사람들은 활달한 성격의 그가 그림 그리기라는 차분한 취미를 시작했다는 것이 매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전직 참모 중 한 명은 "회화 수업을 받고 그림을 그릴 정도로 인내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뉴욕매거진은 "부시는 퇴임 후 가능하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며 부시 지인의 말을 인용해 "사람 만나기를 꺼리지 않았던 그가 점점 광장공포증에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는 대선 승리를 도왔던 책사 칼 로브로부터 가끔 정치 소식을 듣고 있으며 롬니 후보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뉴욕매거진은 보도했다. 자신을 보는 여론의 부정적 평가에 대해서는 "내가 옳았다는 점을 역사가 증명할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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