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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 쏟아부었는데… 정찰장비사업 '함흥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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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 쏟아부었는데… 정찰장비사업 '함흥차사'

입력
2012.10.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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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원을 투입해 공군의 정찰정보 수집장비를 자체 개발하는 사업이 성과 없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 민주통합당 의원이 방위사업청에서 받은 '전술정찰정보수집체계 사업현황'에 따르면 공군 전술정찰기인 RF-16에 장착할 '전자광학ㆍ적외선 영상획득장비'(Tac-EO/IR)가 시험평가 과정에서 결함을 드러내 사업 완료가 1년이나 지연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시험평가 과정에서 지상과 상공을 연결하는 데이터링크 소프트웨어와 이미지처리장치(IPU) 등의 결함과 오류가 계속 발생해 납품 기한을 지난해 말에서 올해 6, 9, 12월까지 세 차례 연장했으나 사실상 연내 개발을 완료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전술정보 수집시스템 개발 사업에 총 805억원을 투입했으며, 개발이 완료되면 이를 양산하는 데 1,41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Tac-EO/IR은 고해상도 전자광학 카메라(낮)와 적외선(밤)을 이용, 상공에서 지상 표적을 촬영해 실시간 전송하는 장비다. 미국에서 도입해 현재 주력 정찰기로 활용 중인 RF-4C에 탑재된 재래식 정찰장비로는 날씨가 좋은 낮에만 영상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지상 귀환 후 6시간여의 인화 과정을 거쳐야만 영상 분석도 가능하다.

당초 정부의 구상은 지난해 전자정보수집장비(Tac-ELINT)와 함께 Tac-EO/IR의 개발을 마무리한 뒤, 2014년까지 이를 탑재한 신형 정찰기 RF-16로 RF-4C를 전량 교체한다는 것이었다. 2015년 말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부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고 나면 스스로 정보자산을 운용해 적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만큼 군은 새 정찰기의 전력화를 서둘러왔다.

하지만 Tac-EO/IR 개발을 맡은 국내 방위산업체 L사는 2007년 수주 당시 관련 분야 개발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L사는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지체상금(계약 기간 내에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채권자에게 지불하는 부담금)이 불어나자 공군에 요구성능(ROC)를 낮춰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납품 기한을 1년 어기면 수주액의 3분의 1 가량을 지체상금으로 내야 한다. 현재 이 업체가 장비 설계를 맡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도 지체상금 부담 문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아직 사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낙관적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L사 관계자는 "현재 제안요청서의 ROC는 모두 충족시켰지만 정찰기가 급선회하거나 급기동할 때 생기는 영상 떨림을 줄여 달라고 공군이 추가로 요구해 이를 놓고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백 의원은 "애초 우리의 기술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다 전력화가 늦어지고 있다"며 "실전 배치 이후에도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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