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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골목길 '범죄 막는 노란색'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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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골목길 '범죄 막는 노란색' 입다

입력
2012.10.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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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염리동 한서초등학교 정문에서 염산교회쪽으로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대문이 온통 노랗게 칠해진 집이 등장한다. 대문 앞에는 노란색 사인 조명이 달려 있고 처마밑에는 유무선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IP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노란색 대문 옆에는 비상벨이 마련돼 골목에서 위급한 상황을 맞았을 때 큰 소리로 울려 위험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노란색 대문의 집은 골목에서 범죄의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킴이집'이다.

이 근방 1.7㎞ 골목길에는 이런 노란색 대문의 '지킴이집'이 모두 6곳이다. 골목 곳곳에는 마찬가지로 노란색이 칠해진 전봇대가 늘어서 있다. 밤에도 눈에 띄도록 노란색 LED 조명을 단 전봇대는 모두 69개다.

노란색 '지킴이집'과 전봇대가 만들어진 염리동은 어둡고 인적이 드물어 주민들이 불안해 했던 골목길에 서울시가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해 꾸민 첫 번째 안전공간이다.

서울시는 염리동 골목길 일대를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시범 사업지로 선정하고, 앞으로 도시 공공 디자인에 범죄 예방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개념을 반영하겠다고 17일 밝혔다.

과거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한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아 염리동(鹽里洞)이란 지명을 얻은 이 일대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있지만 개발이 지연되면서 원주민 비율이 급격히 줄었다. 외지인들이 유입되면서 대낮에도 인적이 드물어 밤에는 혼자 다니기 불안한 동네가 됐고, 경찰청이 지정한 161개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 중에서도 대책마련이 시급한 지역으로 꼽혔다.

'소금길'로 이름 붙은 이곳에 노란색이 활용된 것은 눈에 잘 띄는 데다 안전과 경고의 심리적 효과가 있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란색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심리적 자극 효과가 있어 범죄자들이 위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1.7㎞의 소금길은 걸음으로 약 40분이 걸리는 A,B 2개 코스로 조성됐다. 노란색 전봇대에는 1~69번까지 번호가 붙어 위급 상황 발생시 주민이 "OO번 전봇대 근처에서 위험에 처했다"며 자신의 위치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소금길은 범죄예방뿐 아니라 운동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문 트레이너가 코스를 설계해 골목의 계단과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40분에 걸쳐 A,B 코스를 돌 경우 약 619Kcal가 소모돼 약 163분의 건강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CC(폐쇄회로)TV에 비해 설치 비용이 3분의 1로 저렴한 IP카메라는 내년 1월 완공되는 주민 거점 공간인 '소금나루'에서 주민들이 모니터링하게 된다. 소금나루는 카페, 마을문고, 사랑방, 24시간 초소 기능을 하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염리동 소금길과 강서구 공진중학교를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운영한 뒤 내년에는 지역 1곳과 공원 3곳에 대해 추가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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