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고 게임만 합니까.”
대구 북구에 사는 김모(51)씨는 최근 항의반 부러움반인 전화를 받느라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평소 5만~6만점으로 하위권에 머물던 그가 돌연 150만점을 넘겨 1위로 등극하자 전화통에 불이 난 것이다. 김씨는 “후배가 카카오계정과 비밀번호를 달라고 해 줬더니 상상을 초월한 점수가 나왔다”며 “물론 후배도 평소 7만~8만점 수준이기 때문에 분명한 ‘꼼수’”라고 말했다.
가입자 2,000만명을 넘어선 애니팡이 국민게임으로 급부상하면서 고득점을 위한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애니팡이 매주 단위로 아는 사람끼리 순위를 매기면서 삐뚤어진 경쟁심리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애니팡 100만점 이상 고득점자 대부분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블루스택’과 ‘오토애니팡’이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앱을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블루스택을 먼저 작동, 애니팡을 화면에 띄운 후 오토애니팡을 클릭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게임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컴퓨터 마우스 조작 몇 번으로 고득점을 얻는 얌체 프로그램과는 달리 게임 당 10여분의 수작업을 통해 50만점대를 달성하는 ‘농부족(族)’도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농부 버그’로 알려진 이 방식은 스마트폰에서 애니팡을 일시 정지 시킨 후 재작동하기 전에 정지화면을 꼼꼼히 확인, 점수를 높이게 된다.
공무원인 박모(39)씨는 “농부 버그를 작동하려면 스마트폰 홈키를 일일이 눌러야 하며, 한번 정지시킬 때마다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평소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다 점수가 너무 안 나오면 한번 해보고 싶은 유혹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애니팡 게임시간을 멈추게 하거나 폭탄이 무제한으로 터지게 하는 버그 소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애니팡 제작사인 선데이토즈사도 버그 제거를 위한 업그레이드 작업에 나서고 있어 고득점을 향한 ‘꼼수’ 행진이 중단될지 관심사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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