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술도 예술로 여겨진다. 최소 1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적인 제조방법과 맛을 고수하는 양조장들이 많은 탓이다. '어느 양조장에서 만들었느냐', '어떤 브랜드냐'가 술의 수준을 좌우하는 기준이다.
일본 최고의 사케 양조회사로 알려진 고쿠류는 1804년에 설립돼 200년 이상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고쿠류 대표 미즈노 나오코(48)씨가 17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양조장 대부분이 가업을 잇는 게 전통"이라며 "단순히 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 간다"고 강조했다.
미즈노씨는 고쿠류의 8대 장인으로 불린다. 여덟 번째로 가업을 물려받았고, 그의 눈과 입, 코를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사케가 상품화되기 때문이다.
양조장이 있는 후쿠이현에서 태어나 2005년 이 회사 대표가 된 그는 사케와 함께 성장했다.
고쿠류가 왜 유명한 지 물어봤다. "매년 한정 수량만 생산합니다. '시즈쿠'라는 사케는 1년에 5,000여병만 만들죠. 하지만 숙성과정에서 좋은 것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생산을 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만큼 품질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아마 한국에서는 고쿠류 사케를 맛보신 분이 많지 않을 겁니다. 희소성의 가치가 있어 더 유명한 것 같아요."
고쿠류에서 생산되는 사케는 사실 고가다. 국내에선 다이긴조가 25만원대, 시즈쿠는 79만원대, 하치주하치고는 85만원대, 이시다야는 100만원대로 호텔급 매장에서만 판매된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고쿠류하면 다이긴조를 떠올립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명품 사케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사케의 맛을 위해 쌀도 특A지구 야마다니시키를 주로 사용하는 등 기본에 충실한 것을 소비자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사케= 어른들의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했고, 여기에다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니혼슈(일본 술) 시장은 더욱 침체했습니다. 작년이 그랬습니다. 다행히 최근엔 서서히 극복하고 있어요. 원전 사고를 계기로'일본의 전통주 사케를 마시자'는 붐이 일고 있고, 덕분에 젊은 층의 사케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그는 비즈니스 때문에 한국을 방문할 때면 막걸리나 소주를 즐긴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즈노씨는 일본 정부가 최근 사케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호주 등에도 사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찾아가 전파하고 있어요. 술은 이제 문화의 한 영역이됐다는 거죠. 막걸리나 소주도 한국 문화를 더 깊숙이 전하는 매개체가 되리라 봅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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