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20일 300번째 방송을 내보낸다. '무한도전'의 전신 격인 '무모한 도전'이 처음 전파를 탄 건 2005년 4월 23일로 당시엔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였다.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지하철과 달리기 경주를 하는 등 주로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이 대부분이었다.
'무모한 도전'은 이듬해 10월 시즌 2 형식의 '무리한 도전'으로 바뀐 뒤 12월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이라는 과도기를 거쳤고, 2006년 5월 6일 독립 편성된 '무한도전' 1회가 방송됐다. 300회 방송은 '무한도전'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쉼표' 특집이 예정돼 있다.
7년의 역사를 통해 '무한도전'은 독창적이고 변화무쌍하며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보기 드물게 팬덤까지 이끌며 남다른 명성을 이어왔다. MBC 에브리원의 '무한걸스'와 KBS 2TV의 '남자의 자격' 등 '무한도전'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무한도전'은 정해진 틀에 박힌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형식에 매번 도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모한 도전'의 혈통을 잇는 게임 쇼에서 콩트 포맷의 드라마, 가요제, 영화ㆍ드라마ㆍ뉴스 장르의 패러디, 여행 다큐멘터리, 스포츠 경기까지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다.
'무한도전'은 또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길 등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한편 자칭 '평균 이하'라고 주장하는 출연자들 사이의 끈끈한 연대감을 시청자들에게로 확장시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 연출자인 김태호 PD는 뛰어난 연출력과 재치 넘치는 자막으로 팬들로부터 '카메라 뒤의 멤버'로 불린 지 오래다. '무한도전'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8월 프로그램 몰입도 지수(PEI)'에서 1위를 기록했다.
7년의 역사를 거치며 브랜드 가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무한도전'의 이름을 내건 달력은 2009년부터 매년 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왔고,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등을 통해 발표한 음원은 수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음원차트를 상위권을 장식해 왔다. 다이어리, 시계, 우산, 교통카드 등 오프라인 상품부터 SNS 이모티콘 등 온라인 상품까지 캐릭터 상품 매출도 상당하다. MBC의 한 관계자는 "광고, 음원, 캐릭터 상품 등만 해도 '무한도전'의 매출 규모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 멤버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고정 팬들의 거센 저항을 이겨내야 했고, 비속어 표현 등으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10여 차례 제재를 받았다. 고정 출연진이 방송과 무관하게 '슈퍼 세븐'콘서트를 열려 했다가 '돈벌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취소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그램의 형식과 캐릭터, 사회문제에 접근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무한도전'이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좀 더 새로운 포맷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한도전 베스트 5이성원기자 sungwon@hk.co.kr매회 새로운 도전으로 300회를 이어온 '무한도전'은 그 자체로 대단한 도전이었다. 7년에 걸친 '무한도전' 역사에 큰 방점을 찍은'베스트 5'를 꼽아봤다.
뉴질랜드 아이스원정대(2006년 8월).
무한도전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뉴질랜드에서 토크와 상황극, 몸개그 등 보여줄 수있는 웃음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많은 이들이 모닥불 피워놓고 롤링페이퍼를 읽는 장면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아이스원정대를 기점으로 무도 마니아가 급격히 늘어났다.
댄스스포츠 쉘위댄스(2007년 11, 12월)
무한도전 장기 프로젝트의 시초다. 멤버들은 2개월 여 동안 춤 연습에 매진한 끝에 댄스스포츠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다. 아쉽게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그들의 도전과 투혼 정신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전까지는 웃음 위주의 전형적인 예능의 길을 걷던 무한도전은 쉘위댄스를 통해 감동 코드를 얻게 된다.
프로레슬링(2010년 7월)
10주에 걸쳐 방송된 프로젝트다. 실제 멤버들의 훈련 기간은 1년이 걸렸다. 멤버마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면서도 고된 훈련을 잘 견뎌냈다. 멤버들은 땀과 눈물로 가득 찬 진짜 스포츠 선수의 얼굴을 보여줬다. 링 위에 오른 그들의 투혼에 시청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2011년 7월)
진짜 제대로 만들어진 콘서트 현장이었다. 고정 멤버 외에 정재형, 지드래? 바다, 10cm. 스윗소로우, 이적 등 유명 가수들이 동참해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이들이 발표한 곡들은 방송이 끝난 이후 주요 음원차트를 싹쓸이 했다.
이산특집(2008년 1월)
30.4%의 '무한도전'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편이다. 드라마 '이산'의 보조출연에 나서는 내용이다. 멤버들은 동트기 전 촬영장으로 가서 가마꾼 길거리 취객 등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며 사극 연기를 선보였다. 예능이 3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건 정말 기록적인 일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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