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팔고, 가격은 얼마인지 또 어떻게 범죄에 쓰일 수 있는지 너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요. 모방 범죄가 일어날까 걱정됩니다."(11일자 11면 '몰카에 빠진 대한민국…차량 열쇠부터 시계까지 제품도 다양' 제하 기사에 대한 '이나라주인은누구임', '송곳'님 등의 댓글 의견입니다.)
"이곳은 몰래카메라 촬영이 많은 지역입니다."
16일 서울역 청사 내 에스컬레이터 앞에 생소한 안내문구가 내걸렸습니다. 서울역은 서울의 전체 지하철역 중 몰카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서울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올 8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전체 지하철 성범죄자 3,045명 중 12.9%인 393명이 서울역에서 몰카 촬영 등 성범죄를 저지르다 체포됐을 정도입니다.
몰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몰카를 이용한 성범죄뿐 아니라 절도 등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몰카에 사용되는 초소형 영상장비(일명 스파이캠)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채 대량 유통되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은 단속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단속 권한이 있는 기관에서는 매매 현장을 찾을 수 없다고 변명합니다.
그러나 취재결과 몰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서도 적시했듯이 '서울시 시범점포'라는 곳에서도 몰카를 팔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송곳'님의 지적대로 몰카를 어디서 사고, 가격은 얼마인지 기사에 자세히 소개한 것은 몰카 판매가 만연해 있고, 매매 현장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모방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공감합니다만, 범죄의 뿌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차원의 접근이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교통사고가 잦은 도로에 가면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운전자 스스로 안전을 생각하라는 뜻이죠. 하지만 '몰카촬영 다발지역'주의문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시민 스스로 성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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