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기 우수한 철기 생산 능력과 원거리 항해로 멀리 일본까지 명성을 떨쳤던 가야. 자체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아 유물로만 실체를 확인해야 하는 미지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6월 경남 김해시 대성동 고분군에서 가야의 소식을 전해줄 목곽묘 두 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KBS 1TV '역사스페셜'은 18일 밤 10시 베일에 싸여 있던 가야 역사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두 기의 묘는 각각 88호분과 91호분으로 이름 지어졌다. 88호분에서는 고대 일본과의 관계를 밝혀줄 파형 동기가 발굴됐다. 발굴 직후 이례적으로 수십 명의 일본 고고학자들과 일본 언론들이 대성동을 찾아 큰 관심을 보였다. 파형 동기가 일본 고유의 유물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파형 동기는 바람개비 모양의 청동제품으로 일본 야마토 정권 왕들이 방패 장식으로 사용했다. 일본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성동에서만 나온 것인데, 이번에는 무려 12점이 발굴됐다. 한일 양국을 통틀어 한 고분에서 가장 많은 수가 발견된 것이다.
91호분에서 출토된 부속품들은 주로 말(馬)과 관련이 있다. 이 무덤에서 발견된 세 구의 시신은 순장 풍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북방 유목민족의 고유 문화로, 중국 선비족 무덤에서 유사한 형태를 찾을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가야인과 선비족은 무슨 관계일까. 제작진은 답을 찾기 위해 요녕성 고고학 연구소 텐리쿤 교수를 찾았다. 그런데 그는 대성동 고분과 유사성을 보이는 중국 라마동 고분군이 부여인의 무덤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평원 대부분을 차지했던 부여가 선비족에 밀려 한반도 남단으로 내려와 가야의 지배층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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