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총회에서 군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ry)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하게 거론했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간 갈등이 불거진 이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몰아붙인 것은 처음이다.
신동익 유엔 차석대사는 15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7차 유엔 총회 제3위원회의 '여성 지위 향상' 의제 토의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 성노예로 강제 동원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 차석대사는 "전시 성폭력 문제에 관한 국제법 제도의 진전과 유엔인권위원회 특별 보고관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촉구에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시 성폭력 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에 전쟁 범죄와 인도에 반하는 죄로 성문화됐고 국제전범재판소가 관련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다"고 일본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2차대전 당시 군대 성노예로 강요당한 희생자들을 강조하며 위안부(comfort women)란 용어를 사용했다.
신 차석대사는 이어 "유엔과 전 회원국들이 전시 성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구제조치와 예방, 가해자 처벌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 뒤 역사적 사건에 관한 정확한 교육을 통한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고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육을 겨냥하기도 했다.
일본 측은 위안부 여성에 대한 사죄를 표시하면서 "이미 권리구제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됐고 아시아 여성기금을 통해 보건 서비스와 사죄금도 지급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우리 측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 범죄 및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한ㆍ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회의가 끝난 뒤 김숙 유엔대사는 "좀 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전반적인 발언의 수위를 약간 높였다"며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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