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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선원 톱·칼 휘둘러 비살상용 고무탄으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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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선원 톱·칼 휘둘러 비살상용 고무탄으로 대응

입력
2012.10.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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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순간이었다. 16일 오후 3시45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90km 해상에서 30여척의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하는 현장을 포착한 목포 해경 소속 3009함은 중국 선단의 대장급으로 보이는 노영어호 등 쌍타망어선 2척을 나포했다. 이들 어선들은 해경의 단속에 대비한 듯 선체 옆에 3, 4m길이의 쇠꼬챙이를 달아두고 있었다. 해경 고속단정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고무탄 발사 당시 상황

해경 대원 10여명을 태운 고속단정이 선체에 다가서자 으레 그렇듯이 중국선원들은 극렬하게 저항했다. 중국 선원들은 쇠톱과 칼, 삽 등 흉기를 휘두르며 해경대원들의 진입을 막고 나서자 인명피해를 우려한 해경은 유탄발사기로 비살상용인 고무탄 수 발을 쏘며 제압에 나섰다. 그 중 한발이 중국선원 장모(44)씨의 왼쪽 가슴에 명중됐고 장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고무탄 명중 시 충격에'악'하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고 이에 주변 선원들을 흩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이날만은 웬일인지 달랐다. 장씨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고 해경대원들은 3009함으로 옮겨 응급처치 후 헬기로 목포 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장씨는 2시간여 뒤인 오후 6시쯤 숨을 거뒀다. 해경 관계자는 "지금까지 고무탄에 맞아 골절이나 함몰은 물론 사망사고도 일어난 적이 없다"며 "고무탄이 직접 사인인지 부검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2009년 미국산 고무탄용 유탄발사기를 도입, 500톤급 이상 대형함정에 한 정씩, 모두 50정을 배치해 운용 중이다. 유효사거리는 27.4m이나 통상 10m거리에서 사용한다.

저항 강도가 높아진 중국어선

최근 우리 해경의 단속 강화에 맞서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이 나포를 피하기 위해 쇠꼬챙이로 무장하고 극렬 대응에 나서는 일이 잦아 어느 쪽이든 사고가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제주 해역의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들이 검문검색을 차단하기 위해 쇠꼬챙이를 배 양쪽 가장자리에 장착하고 선체를 4m높이 철판으로 둘러싸는 등 완전 무장 상태로 단속에 나선 해경대원들을 위협한 일도 있었다. 해경은 사진 등 채증자료를 중국정부에 보내 처벌을 요구했지만 아직 답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해양경찰청은 불법조업 단속 중 경찰관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마련했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중 양국은 지난 6월에 '한중 어업문제 협력 회의'를 갖고,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를 신속히 논의할 수 있는 심의관급 핫라인과 협의체를 구축한 바 있다.

성어기인 4~5월과 10~12월에 우리 어선과 중국어선이 자유롭게 조업하는 한ㆍ중 잠정조치수역과 우리나라 EEZ 접경 해역 주변에서 하루 2,000~3,000여척의 중국어선이 조업을 하고 있으며, 이들 선박 중 일부는 밤이나 기상이 악화된 틈을 타 우리 EEZ로 넘어와 조업을 하고 도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과거 인명피해 사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단속과정에서 중국선원보다는 우리측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2월 해경특공대 소속 이청호 경사는 서해 소청도 남서쪽 87㎞ 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수색하다 중국인 선장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또 지난 4월 30일에는 한국 단속요원 4명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인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중경상을 입었다. 2010년 서해 어청도 해역에서 중국어선이 단속중인 우리 해경함정을 들이받는 바람에 전복돼 중국선원 3명이 사망ㆍ실종하고 해경대원 4명이 부상하는 사고도 있었다. 불법조업을 하다 우리 당국에 나포된 중국 선박은 2009년 388건, 2010년 375건, 지난해 537건에 달한다. 올해 9월 현재 나포된 중국어선만 315척에 이른다.

한편 외교통상부 박준용 동북아시아 국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내용을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우리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로 한중 양국간 또 한차례 긴장무드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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