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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십시일반 노잣돈" 불법체류 노동자 유골 19일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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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십시일반 노잣돈" 불법체류 노동자 유골 19일 귀향

입력
2012.10.1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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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목숨을 잃었지만 운구비가 없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필리핀 출신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베르나르도 노날드(37)씨의 유골이 고향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사고 직후 노날드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고인의 귀향을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진 덕분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는 "노날드씨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이웃으로서 외면할 수 없었다"며 시신 안치비용 350여 만원을 부담했다.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도 이사회를 열고 시신 운구와 현지 장례비용으로 쓰일 500만원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고인이 생전 일했던 봉제공장 단지의 사장들도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탰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싸늘한 주검이 된 지 9일만에 노잣돈 1,000여만원이 만들어졌다.

이주노동자 선교활동을 하며 20년 동안 불법체류자들을 도와온 바올라(60) 목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직후부터 줄곧 고인의 귀향을 위해 앞장선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는데 일반 기업을 비롯해 지역 사회에서 고인을 돕겠다는 요청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인간애를 느꼈다"며 "시신만이라도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했다.

16일 바올라 목사를 만나 기부 의사를 밝힌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 관계자는 "고인이 법적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지만 우리사회에서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로서 공감대를 느꼈다"며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던 한 명의 노동자를 돕는 데 의미 있게 써달라"고 말했다. 1%나눔재단은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월급의 1%를 모아 만든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날드씨 유족으로는 부인(35)과 아들(14), 딸(10)이 있다. 바올라 목사는 "주검이 돼 돌아오는 것조차 순탄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던 가족들도 감격해 하면서 고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신을 운구한 뒤 장례를 치르고 남는 돈은 유족의 생활비와 학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고인의 유골은 오는 19일 오전 고향으로 간다. '코리안 드림'을꿈꾸며 낯선 한국 땅에 발을 딛은 지 13년 만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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