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조국애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은 마음입니다."
16일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휠체어를 밀며 들어서는 송신남(67)씨는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송씨는 베트남 전쟁에 파병됐다가 총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장애 1급 판정을 받았지만 강인한 군인 정신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1972년 독일 하이델베르그장애인올림픽대회 탁구 휠체어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최초 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송씨는 이날 비슷한 처지의 상이용사들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부산지방보훈청과 국가유공자 1급 중상이용사회가 마련한 '나라사랑 국토종단 희망의 핸드사이클행사'에 참가한 것이다. 송씨를 포함한 국가유공자 1급 상이용사 22명은 오전 10시 유엔전몰용사들에게 헌화하고 결의를 다진 뒤, 핸드사이클의 페달을 힘차게 밀며 700km에 달하는 험난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창녕함안보, 한강이포보 등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대구 전적기념비(17일), 충주 향금대(18일), 인천 인천상륙작전기념관(22일)을 거쳐 서울 국립현충원(23일)에 도착할 예정이다. 송씨는 "우리는 부상으로 단지 삶의 모습이 변했을 뿐 삶 자체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참가 상이용사 전원의 완주를 자신했다.
군 복무 때 훈련 중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이억수(48)씨는 "부상 이후에도 삶은 존재한다.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국토대장정이라는 도전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1급 중상이용사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다 크게 다친 상이군경 중에서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가 필요한 중증의 국가유공자다. 현재 전국에는 2,000명 정도가 생존 중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박상근 단장은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주요 장소를 향하면서 다시 조국애를 느끼고 싶다는 용사들의 의기투합으로 올해 처음 행사를 치르게 됐다"며 "많은 시민들이 용사들의 모습에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 수복 기념일'인 지난달 28일 도착하는 일정으로 행사를 치르려했으나 첫 해인 만큼 준비에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이들의 취지를 공감한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보훈단체가 나라사랑 국토종단을 돕기로 하면서 행사가 성사됐다.
이성국 부산지방보훈청장은 "1급 중상이용사들의 나라사랑 국토종단 완주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 위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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