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바닷길을 잇는 물류 혁명이 시작됐다. 한 대의 트레일러에 양국 차량 번호판을 동시 부착, 국경을 넘어 그대로 달리는 '더블넘버 물류제도'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16일 르노삼성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번호판을 단 트레일러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닛산의 일본 후쿠오카현 공장까지 자동차 부품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양국 정부에 의해 합의된 한일 더블넘버 물류제도는 부품을 트레일러째 배에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한국 부품을 적재한 트레일러가 양국 번호판을 달고, 부산-시모노세키간 '부관 페리'로 대한해협을 건넌 뒤 일본 내 도로를 달리게 된다.
지금까지는 승용차와 반도체 장비운송용 무진동차 등 특수 차량을 제외하곤, 일반 화물차는 상대국 도로를 달릴 수 없었다. 때문에 부산항에서 컨테이너형태로 화물선에 옮겨 실은 뒤 일본 항구에서 다른 트럭에 옮겨 실어야 했다.
하지만 더블넘버 물류 제도 도입으로 옮겨 싣거나 내릴 필요 없이 트레일러가 통째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물류통관속도가 빨라지고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부품공장에서 일본의 공장으로 사실상 직행하는 셈이다.
부품을 거래해온 르노삼성과 닛산의 경우 기존에는 통관 비용문제 등 문제로 25일치 재고를 미리 확보해야 했지만 이제는 더블넘버 물류를 통해 신속 통관이 가능해 3일치만 있으면 충분하게 됐다. 닛산 관계자는 "2014년부터는 닛산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로그를 위탁 생산하는 르노삼성차에도 부품을 실어 나를 때 같은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업계는 자동차 외에도 조선, 철강, 전자제품, 소재, 원자재 등 산업으로 이 제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과 철강 업체들은 한ㆍ일간 수출입시 기존 물류 제도의 한계로 인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더블넘버 물류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부산항 신항에 트럭과 트레일러를 곧바로 싣고 수송하는 '로로(Ro-Ro) 전용 부두'와 한ㆍ일 공동물류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조만간 양국간 물류혁명이 좀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로로 전용부두와 다목적 부두의 수요는 컨테이너 35만4,000개, 일반화물 168만7,000톤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한일 더블넘버물류 제도가 확대되면 상당액의 물류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조선기자재, 소재 분야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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