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5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등 환자를 불성실하게 진료했다면 환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병원 측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이진만)는 A씨 유족이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은 유족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며 1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B병원은 2008년 11월16일 새벽 1시쯤 입원 중이던 A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자 당직의사와 주치의를 긴급 호출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 차례 연락 끝에 당직의사는 이날 오전 5시44분에 나타나 응급조치를 했지만 A씨의 상태는 계속 악화됐고 오전 11시30분쯤 폐출혈로 사망했다.
A씨 사망 이후 유족은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1억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사망에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족은 "숨진 날 약 5시간 동안 당직의사와 주치의가 연락을 받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추가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의료진의 과실은 없으며 당직의사나 주치의가 5시간 동안 A씨를 진료하지 않은 것이 사망의 원인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망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별개로 "5시간 가까이 당직의사와 주치의가 호출에 응하지 않은 것은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불성실한 진료 행위로, 의사들의 사용자인 병원이 이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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