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 위의 이야기/10월 17일] 거기 돈가스가 맛있긴 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10월 17일] 거기 돈가스가 맛있긴 해요

입력
2012.10.16 10:49
0 0

가끔 지방으로 내려갈 때면 어김없이 들르는 곳이 있으니 만남의 광장 휴게소다. 당장에 화장실이 급하지 않아도 일단 갔다 와야 안심이 되는 한국의 도로 사정에 익숙해졌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그 곳을 어슬렁대는 이유에는 졸음에 겨운 눈을 번쩍 뜨게 만들고 심심한 입을 요긴하게 달래줄 먹을거리들이 포진해 있는 바, 사실 온갖 가게 앞에서 무얼 사 먹을까 고르고 고를 때의 그 설렘을 어떤 흥분에 비유할까.

맥반석 버터구이 오징어에 설탕 잔뜩 입힌 새끼감자에 아이스커피를 주 메뉴로 삼곤 하는 나는 먹지도 않을 거면서 특유의 오지랖으로 식당 안 메뉴를 일일이 읽어보곤 하는데 실은 밥 먹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한 속셈이란 걸 누가 알까나.

가족끼리 연인끼리 동료끼리 이것 저것 시켜놓고 밥을 먹을 때 그들이 나누는 건 어쩌면 음식보다 말일 게다. 그러나 홀로 앉아 홀로 밥을 먹는 이를 볼 때 우리는 밥벌이의 도구이자 수단이 된 그의 삶을 설핏 추측하고는 한다. 돈 못 벌어주는 아비나 남편에게는 눈 흘기기 일쑤면서 구부정한 등을 해서는 연신 밥숟가락을 입속에 들이미는 이 땅의 가장들에게는 왜 그렇게 애잔한 마음이 들까.

산다는 일의 허망이나 부질없음을 왜 갖다 대지 못해 안달일까. 밀짚모자를 쓴 한 사람이 큼지막한 돈가스를 여러 등분 썰지도 않은 채 포크에 푹푹 찍어 먹기에 한참을 쳐다봤더니 코미디언 김명덕 씨였다. 보라, 시 쓸 게 없어 못 쓴다는 말은 거짓말이지 않은가.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