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사의 임대 공고 및 임대행위는 일체 인정치 않음. 만일 일방적으로 임대 행위를 할 시에는 고발 등 강력한 행정적 조치를 불사할 것임.’
1967년 서울의 첫번째 주상복합건물로 꼽히는 세운상가의 건립과 관련해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정주영 현대건설 사장에게 보낸 전언통신문의 내용이다. 마치 선전포고문을 연상시킨다. ‘다음과 같이 지시하니 즉각 조치하고 결과보고 하기 바람’이라는 고압적인 문장은 당시 행정기관과 일반 기업과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서울시 옛청사에 26일 개관하는 서울도서관에는 이처럼 한국의 현대사가 담긴 과거 서울시의 희귀 행정 정책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1952년 한국전쟁 당시 사망 혹은 실종돼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공무원들에 대한 ‘해면발령 문서’, 1951년 전쟁기간 중 성북구의 ‘공무원 인사발령명부철’을 비롯해 서울시정 개요(1962년), 서울통계연보(1961년), 서울도시기본계획(1966년), 올림픽대회백서, 여의도 종합개발계획 등 희귀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 경성부청(京城府廳)으로 건립돼 광복 이후부터 2008년까지 서울시청으로 사용됐던 옛 청사가 서울도서관으로 변신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4년여간의 리모델링을 거친 서울도서관은 지상 5층, 지하 4층 연면적 1만8,711㎡, 열람석 390석 규모다.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왼쪽으로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 2만여권의 책이 비치된 ‘일반자료실1’이 나온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옆 벽면에는 높이 5m의 대형‘벽면서가’가 설치됐다. 등록문화재인 건물 외관을 그대로 살리고, 안쪽 벽면의 1,2층을 털어 벽 전체에 책꽂이를 설치한 것이다. 대형 ‘벽면서가’는 서울광장의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며 사람의 손이 닿는 하단 책꽂이에는 대출이 가능한 아동용 도서가 마련됐고, 상단에는 전시용 도서가 꽂히게 된다.
1층 로비의 동쪽에는 점자ㆍ촉각도서 1,110종이 마련된 장애인자료실이 있다. 책의 글자를 키워서 볼 수 있는 ‘독서 확대기’, 시각장애인에게 자원봉사자가 책을 읽어주는 ‘대면낭독실’, 청각장애인에게 수화자막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상수화실’이 마련됐다.
2층으로 올라가면 ‘벽면서가’로 연결된 ‘일반자료실2’와 ‘디지털자료실’이 있다. ‘일반자료실2’엔 예술, 문학, 역사 분야 도서 2만1,000여권이 비치됐고, 디지털자료실에선 4,200여종의 DVD와 오디오북 등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3층 중앙홀에는 옛 청사 시절의 시장실과 접견실, 기획상황실을 복원한 ‘태평홀’이 만들어졌고, 4층에는 24개국 주한외국대사관과 문화원에서 기증받은 자료가 비치된 ‘세계자료실’이 마련됐다. 도서관 복도 곳곳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의 응원모습,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장면이 담긴 사진들이 걸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18만권인 장서는 연말까지 2만권을 추가해 20만권 규모가 된다. 최대 70만권까지 소장할 수 있어 계속 장서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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