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의 부실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제2의 웅진’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업체 623곳(금융회사 제외)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인 기업 비중은 26.4%였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보다 적다는 건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즉 상장회사 4개 중 1개가 부실위험에 노출된 것인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21.6%)보다 악화한 수치다.
특히 분석대상 15개 업종 중 13개의 이자보상배율이 떨어졌다. 건설업은 0.5배에 불과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의 반도 갚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간 선전했던 대기업(3.9→3.4배)과 수출기업(2.9→2.8배)의 이자보상배율 역시 하락 추세다.
설상가상 부실위험 기업의 부채 규모는 늘고 있다. 7개 업종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인 기업이 업계 전체 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운송업종에선 이 비율이 무려 89.2%였다. 갚을 능력이 없는 기업이 오히려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들 업종의 부실이 더 커지면 결국 금융 부실로 확산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단기간에 기업들이 대규모로 연쇄 도산할 가능성은 낮지만 차츰 부실이 커지면서 지급불능에 빠지는 기업이 상당 기간에 걸쳐 계속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기관은 신용위험 관리, 기업들은 실적관리와 자금운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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