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민영화에 대해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추천 이사 6명 중 3명이 시기상조 등의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MBC 민영화에 반대해온 것에 비춰볼 때 민영화를 당장 표결에 붙이면 전체 9표 중 반대가 6표로 과반수가 돼 추진이 불가능하다.
15일 한국일보가 MBC 대주주(70% 소유)이면서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 이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 한 결과 여당이 추천한 김광동 김용철 차기환 이사가 민영화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같은 여당 추천 인사 중 김재우 이사장과 김충일 박천일 이사는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답변을 거부했다.
김광동 이사는 "현재 방문진법을 유지하면서도 운영의 묘를 살려 방송의 공정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게 잘 안 되면 하나의 대안으로 일부 주식을 시청자에게 선택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영화도 정답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논의 시기는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김용철 차기환 이사도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민영화는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다각적인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민영화를 한층 강하게 반대했다. 선동규 이사는 "여타 지상파 방송사와 소유 및 수입 구조 등이 다른 MBC 같은 방송사가 대한민국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1988년 KBS가 갖고 있던 MBC 주식 70%를 처분하면서 독립적인 공영방송 체제가 마련된 것은 1987년 여야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것이며, 각계 대표로 방문진 이사진을 꾸려 정ㆍ재계의 외압을 감시, 방송 공정성을 지켜낸다는 주장이다. 최강욱 권미혁 이사도 민영화 불가 입장을 보였다.
다만, 양측 이사들은 MBC 사측이 대주주인 방문진에 알리지 않고 소주주인 정수장학회와 민영화를 논의한 것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불만을 표출했다. "주인도 아닌 사람들끼리 모여서 주인의 힘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논의한 것"(최강욱) "자기들이 원한다고 민영화가 되느냐"(김충일) 등 MBC 사측과 정수장학회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수장학회가 19일 MBC 지분을 매각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분위기를 조성한 뒤 11월까지 방문진 내부 합의를 거쳐 12월 초 임시주총에서 민영화를 확정하겠다는 MBC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실패해도 박근혜 후보에게는 크게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수장학회는 복지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방문진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진은 1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MBC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에게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처분에 대한 보고를 들을 계획이다. MBC는 정수장학회와의 논의 내용이 알려진 것에 대해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정은 인턴기자 (숙명여대 정보방송학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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