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대체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를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으로 여기고 있다. 여야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면 50%를 넘나드는 정권교체 여론을 바탕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는 아직까지 한 걸음의 진전도 없는 상태이다. 보기에 따라선 단일화가 가능할까 싶을 만큼 양측이 대립하는 모양새도 연출된다.
양측은 단일화에 상당한 신경을 쓰면서도 겉으론 단일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지금은 서로 각자의 파이를 키울 때"(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자신의 지지층을 최대한 넓힌 뒤 이를 하나로 합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끊임없이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애초부터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데다 본격적인 단일화 국면에선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확보가 관건인 만큼 이들의 마음을 선점하기 위한 선제공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외부로 드러난 모양새는 문 후보 측이 종종 잽을 날리고, 안 후보 측은 외곽으로 돌다가 한두 번씩 반격하는 형국이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 화두를 던짐으로써 안 후보 측이 결국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란 메시지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단일화 국면으로 비치면 자신들의 존재가 미미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정치 쇄신이 먼저"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민주당이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제기한 것은 향후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공세이다. 또 공동 정치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은 단일화 논의의 출발점을 만들어 안 후보를 '단일화 울타리' 안에 일단 편입시키려는 것이다. 문 후보가 15일 선대위 회의에서 "단일화가 될 때까지 저와 안 후보 간 경쟁은 불가피하다"면서 "정당 후보론, 무소속 후보론, 각자의 장점 경쟁은 너무 당연한 경쟁"이라고 말한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선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국민 후보론'과 정치개혁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는 단일화 여지를 두면서 동시에 완주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다. 안 후보는 최근 "건너 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언급함으로써 완주 의지를 강조하면서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도 15일 안 후보에 대한 문 후보의 입당 요구에 대해 "민주당이 입당론 프레임으로 당리당략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을 싫어하면서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후보 단일화 논란에 대해 "단일화가 아니라, 더 정확한 표현은 연대이거나 연합"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단일화 논의의 시작이 문 후보나 안 후보 가운데 어느 한 쪽의 제안에 따라 시작되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밖의 야권 제3세력들은 후보 단일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일 채비를 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안 후보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무엇이건 공동의 논의 틀을 마련하는 노력은 해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ㆍ전남 시민단체협의회와 광주YMCA 등은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ㆍ김영삼 후보 단일화 실패를 언급하며 이달 말부터 전국을 순회하는 '문-안 드림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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