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라는 말에도 정부중앙청사 경비대 소속 의경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방화ㆍ투신 사고가 벌어진 다음날인 15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출입구는 경비가 삼엄했다. 평소 3~4명이 지키던 입구는 6~8명으로 인원이 두 배 늘어 청사로 들어가는 철문 안팎에 포진해있다.
청사 경비는 4단계다. 청사 출입구 철문에서 경비대 소속 의경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청사건물 입구에도 방호원이 지키고 있다. 청사로 들어서는 로비 입구에는 금속탐지기와 소지품을 검사하는 수화물 엑스레이 검색대가 있다. 이곳을 통과해도 로비 안쪽의 전자출입증 시스템에 출입증을 찍고 들어가는 스피드게이트를 지나야 엘리베이터에 오를 수 있다.
이날 경비대 의경과 방호원들은 입구부터 출입증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신원과 방문 목적, 장소도 꼬치꼬치 캐물었다. 임시 출입증을 지닌 방문객에만 한하던 수화물 엑스레이 검사도 모든 이들에게 실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평소 느슨하게 운영되던 4단계 경비시스템을 통과하는데 5분이면 족했지만, 이날은 15분 정도가 걸렸다.
정부 과천청사와 대전청사도 경비가 삼엄해졌다. 과천청사에서는 청사로 들어가는 8개 출입문에서 경찰이 신분증 확인을 강화했고, 동마다 방호원 2명이 금속탐지기를 통과한 방문자들의 출입증을 확인했다. 대전청사 관리소도 이날 오전 청사 경비대와 긴급 회의를 갖고 5개 출입문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 정부 공무원은 "아무리 휴일이라지만 국가 사무와 관련된 서류가 보관된 곳에서 방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기업보다 보안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개탄했다.
정부청사 관리소는 방화ㆍ투신 사고 대책으로 올해 말까지 청사 모든 출입구에 자동인식 출입시스템(스피드게이트)을 설치키로 했다. 이에 따라 모든 출입자는 전자적으로 신분확인을 거친 후에야 청사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김기용 경찰청장도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상징성 있는 시설 중 하나인 중앙청사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면 경찰도 일정 정도의 책임을 묻는 게 불가피하다"며 "전자칩을 부착해 찍고 들어가도록 하는 스피드게이트 시스템을 청사 외곽에도 설치하도록 하는 등 행정안전부와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청사 외부경비와 평일 청사 입구의 금속탐지기와 소지품 엑스레이 검색대 운영, 내부 치안 업무를 맡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피의자 김모(61)씨의 사망으로 방화 등 혐의에 대해 공소권이 없어진 만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지난 8월 인터넷의 한 문서양식 사이트에서 9,900원을 결제한 사실을 휴대폰 기록을 통해 확인하고 실제 김씨가 이 사이트에서 내려 받은 문서로 위조 신분증을 만들었는지 여부 등을 보강 수사할 계획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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