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엔 주민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등 각종 공문서 위조 정보 널려…
“출입증ㆍ사원증 디자인 양식만 가져 오면 장당 1만5,000원에 하루 만에 가능해요. 디자인 양식이 없어도 우리가 인터넷에서 찾아 줄 수 있지만 3일은 잡으셔야 해요.”
우울증을 앓는 은행 지점장 출신의 김모(61)씨가 가짜 공무원증으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들어가 방화 후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15일 명함, 판촉물 등을 전문으로 만드는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충무로. 이곳에선 “출입증, 사원증을 분실했으니 새로 만들어 줄 수 있냐”는 요구에 “가능하다”고 답하는 인쇄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자세한 인적 사항 대신 이들 인쇄소가 요구한 건 출입증의 디자인 양식. 한 인쇄소는 “공무원증도 인터넷에 나와 있는 걸로 문제없이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답을 했다. 김씨가 가짜 공무원증을 얼마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씨가 지난 8월부터 각종 공문서 약식을 다운받는데 이용했던 한 문서서식 제공 인터넷 사이트에는 김씨가 14일 정부청사에 들어가면서 제시했던 공무원증 양식도 포함돼 있다. 이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공무원증 양식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자료실에 공개된 문서를 다운 받아 무료로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미 법제처 사이트를 통해 모두에게 배포된 자료이기 때문에 우리 탓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제처도 가짜 공무원증 도용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제처 관계자는 “현행 전자공무원증은 행정안전부령 중에 공무원증 규칙에 속하는 내용이라 공포절차를 거쳐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를 범죄에 이용할 경우 막을 방법은 공무원증 확인을 철저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인터넷 상에는 공무원증뿐 아니라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각종 공문서를 위조해 주겠다는 불법업체가 널려 있다. 한 유명 포털사이트에 ‘외국인등록증 위조’ ‘주민등록증 위조’를 검색한 결과 250개가 넘는 웹페이지가 검색됐다. 한 업체는 “명함 사진과 원하는 나이를 메일로 보내주면 1주일 안에 80만원 선에서 외국인등록증이나 신분증을 보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공무원증 양식을 국가가 공개한 건 공무원이 공무원증을 제시했을 때 국민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하기 위한 것으로 상당한 신뢰성이 부여되고 있는 만큼 바코드나 생체인식 기술 도입 등을 통해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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